매일신문

시와 함께

함경북도

우리 고향 아득한 마을

행준네 넓은 콩밭머리에

이 아침 장끼가 내렸는가 보아라

칙칙거리기만 하고

아직 못 가는 이 기차

해는 노루골 너머에서

몇자쯤 떴는가 보아다오

김규동(1925∼ ) '아침의 편지'

가슴속에 슬픔이 들어있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그 슬픔을 조절하고 극복해 가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이 시를 쓴 김규동 시인은 고향을 잃은 슬픔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나 절절하고 사무치는지 시를 쓸 때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그 나타내는 스타일이 단지 보고 싶다, 그립다 라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 실향민으로서 늘 고향을 가슴속에 담고 있습니다. 아니 넘실거리는 고향 속에 늘 들어가 있습니다. 콩밭머리에 장끼가 푸드득거리며 내려앉는 아침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싱그럽고 가슴 떨립니다.

가파르고 험한 세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원초적 고향을 잃어버린 정신적 실향민이 아닌가 합니다.

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나 그곳 고등학교에서 모더니스트 시인 김기림에게 영어를 배웠었고, 이후 남으로 내려와 한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노시인의 쓸쓸함과 애달픔을 생각해봅니다.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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