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칼럼-운동과 흡연

프로야구 초창기였던 1980년대 초반,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선수들이 담배를 물고 있는 것이 종종 TV화면에 잡혔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담배를 필 수 있는 선수는 팀의 고참 선수들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관중석에서도 금연이지만 당시에는 운동장에서도 담배를 필 수 있었다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담배는 스포츠 활동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해악은 담배 연기 속에 포함된 일산화탄소. 일산화탄소는 혈액의 헤모글로빈과 아주 강한 결합력을 갖고 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운반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일산화탄소와 결합하면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예컨대 두 개비의 담배를 피웠다고 하면 혈액 중 헤모글로빈의 약 10%가 일산화탄소와 결합하게 된다. 혈액 중 산소 농도가 그만큼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평상시보다 힘들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흡연은 호흡기능도 떨어뜨린다.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면 기관지가 수축돼 천식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며 호흡이 상당히 괴로워진다. 그러면 호흡근육이 더 힘들게 일해야 하며 이 근육의 산소소비량도 증가하게 된다. 흡연으로 산소공급이 줄어드는데 비해 호흡근육의 산소수요는 늘어나는 이른바 산소의 수요, 공급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담배를 피운 직후 곧바로 등산이나 운동을 하면 평소보다 더욱 숨이 찬 것도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이 떨어진데다 호흡근육의 산소요구량은 많아져 생기는 현상이다.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에는 지금에 비해 선수 생명은 훨씬 짧았다. 선수들의 흡연도 그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흡연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흡연은 운동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워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비흡연자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면 심장기능과 폐기능이 점점 개선된다.

혈관을 보호하는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이 많아져 심장병,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수축돼 심장병과 뇌졸중 발병위험이 높아지고 니코틴 성분이 혈관 벽에 상처를 내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담배를 이길 천하장사는 없다. 평소 운동도 하지 않는 골초라면 건강하게 오래 살겠다는 꿈은 일찌감치 접는 것이 옳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은 건강생활의 첫걸음이다.

이종균(운동사, 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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