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 왜 이소룡인가?

'일본 형사를 향해 뛰어 오르던 잊을 수 없는 라스트 신(정무문), 척 노리스와의 로마 콜로세움 격투(맹룡과강), 거울 방에서의 한판승부(용쟁호투), 2m가 넘는 흑인 거인과의 혈전(사망유희).'

'기이한 괴조음과 함께 쌍절곤을 휘두르면 상대는 어김없이 쓰러졌고, 포효의 여운을 남기듯 일그러지던 입놀림은 스크린 가득 클로즈업된다. 복부에 긁힌 상처의 피 맛을 본 뒤 엄지로 콧등을 한번 튕기며 서서히 돌아서는 그의 곧추 선 근육과 분노의 표정에 상대는 이미 잔뜩 주눅이 든다.'

이소룡의 가장 큰 이미지는 '강함'이다. 거한도 그의 호쾌한 발차기 한번이면 나뒹굴었다. 경탄하지 않은 관객은 없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은 "이소룡의 매력은 철저한 훈련과 명상, 절식 등을 통해 이뤄낸 것들로 우리 역시 그 길을 따르면 가능할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자신감 고취"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이소룡 카리스마는 경기침체 등으로 고단해진 요즘, 사람들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자신만만한 '능동적인' 인물에 부합된다. 기존 방식과 체계를 타파하고 오로지 실전(실생활)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절권도처럼 그 무엇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이 이소룡 코드에서 발견된다.

기성세대가 겪었던 과거 시대적 상황과 문화적 경험과 융합해 이소룡은 특별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현재 삶의 지표가 되고 있다. 이소룡 신드롬은 그와 동시대인이었던 특정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자다움과 패기, 뛰어난 인물에 대한 동경을 갈망하는 젊은 층에서도 영화 속 이소룡을 통해 그들의 우상이 되고 있다. 이는 와이어로 지붕 위를 날거나 그래픽을 통한 비현실적이고 화려한 무예를 보여주진 않았지만 이소룡만이 지닌 리얼리티가 역설적으로 감성세대들에게 먹혀들기 때문이다.

계명대 송형섭(태권도 학과)교수는 "문명사회라 할지라도 폭력에 대한 인간의 근본욕구를 모두 잠재울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이종 격투기에 대한 최근의 인기를 타고 사실적인 이소룡의 무술이 재조명을 받는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동작없이 깔끔하고 참신한 만큼 사실적 액션에 가까운 절권도는 지난해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현수(권상우 분)의 쌍절곤 돌리기에 이어 TV드라마에까지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소룡 신화는 재생산되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라이프매일 12월 1일자 www.lifemaeil.com)

사진 : 이소룡 주연의 영화 '정무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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