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초 한 골프용품 유통업체에서 흙을 재료로 한 일회용 골프 티(tee)를 선보였다. 골프티는 플라스틱이나 나무 등 반영구적인 재료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흙이라는 환경친화적인 재료로 제품을 만들어냈다.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골프장 측으로서도 대환영이었다. 당연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고 경쟁자도 없었다. 블루오션(Blue Ocean)의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동 저술한 '블루오션 전략'은 지난 3월 한글판이 출판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읽어보기를 권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재계와 정'관계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레드오션(Red Ocean)'이 경쟁공간에서 피튀기는 싸움을 벌이는 것인데 비해 블루오션은 이때까지의 관념을 뒤엎은 발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독주하는 공간이다.
그래선지 요즘 블루오션이 유행이다. 수능 이후 열린 대학설명회에서도 각 대학교는 경쟁없는 블루오션 학과임을 강조하며 신입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정치인들이 대구에 와서 하는 대학특강에서도 블루오션은 단골 메뉴다. 심지어 검찰은 블루오션 경영전략을 통해 내부변화를 추진한다는 구상까지도 내놓은 상태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도 이미 지난 3월 이화여대 05학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블루오션을 강조했다.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이 되어야 한다…한 방향으로 달리면 일등은 하나밖에 없지만 360도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360명 모두 일등을 할 수 있다."
이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블루오션을 창조해내야 할 차례다. 특히 관광비수기인 이 겨울, 어떻게 관광객들을 끌어모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문화관광부 자료를 보자. 지난해 전국에서 1천178개의 지역축제가 열렸다. 경북지역 축제만 해도 75개에 이른다. 문제는 대부분 봄'가을에 축제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베스트 원'이 되길 원한 결과다. 그러다보니 축제 내용은 고사하고 지자체간 시기조정을 통한 축제의 구조조정은 애시당초 생각하지도 못한다. 지난 상주 압사사고 이후 지역축제는 구조조정기로 접어들었다. 당연히 이젠 축제도 '온리 원'을 지향해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겨울을 파는 강원도의 축제가 눈에 확 띈다. 인제 빙어축제와 화천 산천어축제는 확실한 '블루오션' 축제로 자리잡았다. 시기상으로, 내용상으로 다른 지자체의 축제와 경쟁해야하는 가을축제 대신에 아무도 눈을 돌리지 않는 블루오션, 즉 비경쟁 공간인 겨울의 빙어와 산천어로 관심을 돌렸다. 물론 겨울이라는 계절요인도 블루오션 전략에 딱 들어맞았다. 당연히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올해 1월 화천 산천어축제엔 87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1인당 최소 4만 원을 풀었다고 보면 300억 원 이상을 거둬들인 셈이다. '대박축제'다.
그렇다면 왜 '레드오션' 축제에 매달리는 걸까? 이는 민선 지자체단체장들의 생색내기 성격 때문이다. 자신의 실적 홍보를 위해 성급하게 축제를 기획했다. 애초부터 블루오션은 생각지도 않은 결과다.
블루오션 축제는 지나치게 불균형을 보이는 가을축제를 분산시킴으로써 창조해낼 수 있다. 시기를 분산해 블루오션에 성공한 대표적인 축제가 인제빙어축제와 화천산천어축제다. 태백눈꽃축제와 보령머드축제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쯤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야겠다. 대구의 블루오션 축제는 무엇이냐고, 또 경북의 블루오션 축제는 무엇이냐고. 아직까지 무자비한 경쟁이 이뤄지는 레드오션 축제를 겨냥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지만 경쟁없는 시장을 겨냥만 한다고 다 블루오션 전략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와서 실질적인 소득을 주고 가느냐이다. 블루오션이 한낱 지나가는 유행에 불과할 것인지 아닌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박운석 주말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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