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혹'만 더해가는 DNA 검증과정

MBC PD수첩이 2일 기자회견을 열어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의혹과 관련한 자체 DNA 검증과정을 밝혔지만 검사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만 더해가고 있다.

특히 PD수첩은 기자회견에서 2차례에 걸쳐 DNA검사를 했다고 말했지만 취재결과 모두 3차례에 걸쳐 DNA 검사를 한 것으로 밝혀져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PD수첩에서 밝힌 DNA 검증과정과 새로 밝혀진 의혹 등을 정리해 본다

◇ PD수첩, "3차례에 걸쳐 DNA 검사"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진위 여부와 관련, PD수첩의 최승호 CP와 한학수 PD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황 교수팀으로부터 미분화한 줄기세포 5개와 체세포 배양 접시에서 분리한 샘플 5개, 배양 접시 바닥에 있는 바탕영양세포 5개 등 모두 15개의 샘플을 받았다고 밝혔다.

모근 세포의 경우 안규리 교수로부터 4개, 자체 채취한 1개 등 모두 5개를 획득해 유전자 검사를 해 본 결과 논문에 게재된 환자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모근세포는 줄기세포 검증기관에 함께 맡기지 않았다고 PD수첩은 밝혔다.

줄기세포는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11개(2~12번) 중 2번과 3번, 4번, 10번, 11번이 검증과정에 사용됐다고 PD수첩은 덧붙였다. 이들 5개 줄기세포가 검증에 사용된 것은 PD수첩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DNA검사와 관련, 한학수 PD는 "줄기세포에 대한 1차 검사결과, 5개 중 1개는 완전 불일치하고, 또 다른 1개는 일부가 불일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검증은 2개의 유전자 검사기관에서 이뤄졌다"면서 "한 곳에서는 DNA 수치가 대단히 낮게 나오거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다른 한 곳에서는 줄기세포 2번의 경우 확실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줄기세포 2번의 경우 DNA검사에서 16개 마커 모두 환자의 체세포와 다르게 나왔다지만 4번 줄기세포는 8개 마커만 불일치하고 나머지 8개를 판독이 불가능했다는 게 PD수첩측의 판독 결과다.

◇ "DNA업체, 샘플 2차례 검사..결과는 각기 달라"

하지만 PD수첩측이 5개 줄기세포 중 2번 줄기세포의 DNA와 환자의 DNA가 확실하게 '불일치' 했다고 밝혔지만 이 줄기세포는 동일 검사기관에서 2차례에 걸쳐 실시한 검사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온 것으로 새롭게 확인돼 '신뢰성'에 대한 또 다른 논안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2번 줄기세포에 대한 '확실한 불일치'를 주장했던 PD수첩의 주장과 다른 것이다.

PD수첩의 의뢰를 받아 DNA 검사를 했던 아이디진(IDGnee) 관계자는 2일 "PD수첩으로부터 15개씩 들어있는 시료를 2차례에 걸쳐 검사했다"면서 "처음에는 15개 시료 중 1개만 판독이 가능했지만 두 번째 검사에서는 이 시료도 판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PD수첩이 '가짜의혹'의 증거로 삼고 있는 2번 줄기세포는 아이디진의 2차례 검사와 다른 대학기관의 1차례 검사 등 모두 3차례의 검사에서 1차례만 판독할 수 있던 셈이다.

이 업체는 그동안 시료를 2차례에 걸쳐 검사했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었다.

이 관계자는 "1차 검사결과를 넘겨준 뒤 얼마 후 다시 한번 검사를 의뢰받았다"면서 "검사결과만 놓고 보면 2차례의 검사결과가 서로 달랐다"고 말했다.

PD수첩측에 따르면 황 교수팀으로 넘겨받은 줄기세포와 체세포, 영양세포는 각각 4개씩 분리됐는데 이중 1쌍은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으며 나머지 3쌍은 PD수첩이 검증용으로 썼다.

서울대의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는 "만약 3번의 동일한 검사에서 결과가 각기 다르다면 시료가 좋지 않았을 가능성과 오염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면 이 줄기세포의 진위에 대해 단정지어 평가할 수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학수 PD는 "2번 줄기세포에 대한 3차례의 검사 중 1차례만 판독이 가능했지만 이 결과가 논문의 유전자 검사와 '불일치'로 판정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 황 교수팀, 줄기세포 DNA확인 제대로 거쳤나

황 교수팀은 2005년 5월 사이언스에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확립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와 사이언스 등 신뢰할 만한 검증기관의 DNA확인 작업을 거쳤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는 PD수첩의 한학수 PD는 2일 기자회견에서 "사이언스에 황 교수팀의 논문검증 방법을 의뢰한 결과, 도널드 캐네디 편집장으로부터 환자의 체세포와 배아줄기세포를 대조해 가며 실제로 검증한 것이 아니라 황 교수팀이 보낸 사진과 데이터 자료만을 가지고 검증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이언스는 실제 검증을 하지 않고 일종의 '서류심사'만을 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또 황 교수팀은 '비공식적으로' 국과수에다 DNA검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로서는 그것도 국과수 서울 본원이 아니라 전남 장성의 서부지원에서 본원에 보고되지 않은 채 검사가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팀 연구원과 국과수 연구원간의 친분관계를 통해 '비공식 루트'로 검사가 실시된 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절차는 아니다.

더욱이 황 교수팀은 환자의 체세포와 배아줄기세포 등 온전한 시료를 국과수에 넘겨주고 검사를 한 것이 아니라, 이 시료에서 추출한 DNA를 주고 단순히 일치하는 지 여부에 대한 확인만을 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과수는 DNA가 서로 일치한다고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시료 상태가 아닌 DNA상태에서 내린 일치 판정이어서 만약의 경우 황 교수팀이 만들었다는 배아줄기세포와 환자의 체세포에서 뽑아낸 DNA인지, 아니면 다른 시료에서 추출한 DNA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황 교수팀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검증하고, 사이언스지에서 재차 검증한 것을 PD수첩이 자체 검증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국과수와 사이언스에서 거친 검증과정이 이처럼 허술하다면 이에 대해서는 황 교수팀이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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