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출산 20년 후-타임머신을 타고 2025년 12월 3일로 가보니…

2025년 12월 3일 아침 7시. 프리랜서 기자인 권성훈(52)씨는 오전 7시가 되자 갑자기 바빠진다. 아내 우여정(가명.46)씨는 스포츠방에서 러닝머신으로 운동중이고 외아들 정성(17.고2)군은 하루 영양분이 모두 든 캡슐 한알을 먹고 자신의 방에서 가상교사로부터 토론식 수업을 받고 있다.

권씨는 거실 LCD전광판을 통해 아침 조간신문을 본다.

'이민 흑인들에게 세금 감면혜택 전격 결정'이라는 기사가 모든 신문의 1면 톱기사를 장식했다. 한 신문 사회면에는 '장학금까지 주는 영재 육아센터 붐'이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사설은 '아이를 나라에서 키워주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출산율은 요지부동. 신혼부부 2쌍 중 1쌍만 아이 1명을 가진다. 대한민국 인구는 3천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심지어 보건복지부는 '임신가능한 외국 미혼여성을 수입하겠다'는 얘기까지 흘렸다.

20년간 몸담았던 신문사에 보내줘야 할 원고내용도 '인위적 인구억제책이 국가적 재앙을 불렀다'는 내용의 칼럼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성공한 산아제한 정책이었지만 그 반작용으로 인해 산아장려책은 10배이상 힘들고 할 수도 없는 현실에 부딪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전화가 울린다. "다 됐구요. 지금 전송합니다." 10분 뒤 키보드를 누르면서 오전업무는 끝났다.

오후에는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회사의 윤리자문 위원으로 방송국 주최 인간복제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인간복제는 절대 불가하다'라는 당연한 논지로 얘기했다.

세계일주가 지루했던 터에 미국에서 달나라 우주여행 신상품이 나왔다고 한다. 아내와 상의를 했지만 아무래도 비용이 문제. 좀 더 벌어서 10년 쯤 후 가기로 잠정합의했다. 저녁은 가족과 함께 '웰빙 한방 허브 삼겹살'을 먹으며 영국 옥스퍼드대에 진학하려는 아들의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밤 9시 뉴스가 흘러나온다. '아이 4명 낳은 놀라운 주부 탄생. 정부 훈장 등 포상키로'. 축제 분위기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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