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아우구스투스와 로리메타르케스 사이의 이야기다. 아우구스투스는 나라의 기초를 다지면서 실권을 잡았다. 이때 트라키아의 왕 로리메타르케스는 그와는 대립하던 안토니우스와의 동맹을 파기하고 그와 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아우구스투스는 로리메타르케스를 무시했다. 술이 거나해지자 로리메타르케스가 불만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아우구스투스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배신하는 건 좋아하지만 배신자는 좋아하지 않아."
○…이 짤막한 교훈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우구스투스는 나라의 기초를 다지면서 줏대 없는 로리메타르케스와 동맹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배신자를 경계했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늘의 우리 사회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이해타산에 따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당적을 바꾸는 등 얼굴을 바꾸는 '철새'들이 뜬다.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벌써 당적을 바꾸거나 바꾸려는 기초단체장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한나라당만도 입당 문제를 타진하는 단체장이 박인원 문경시장을 비롯해 7, 8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엔 탈당 전력이 있는 인사가 있는가 하면, 여당 인사들도 더러 있는 모양이다. '지역색 도지기'도 한가지다. 충청권의 경우 국민중심당에 몰리고 있으며, 호남권에서는 민주당에 철새들이 날아드는 형국이다.
○…철새는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생존의 도모를 지역 이동을 통해 해결한다. 오랜 경험의 누적을 통해 그런 생존 전략이 만들어졌을 게다. 하지만 인간사에서의 '철새 현상'은 철새의 신비와 경이의 이동과는 달리 짜증스럽게 만든다. 게다가 '철새 정당'의 등장과 소멸은 순전히 권력 잡기와 지역주의의 이합집산, 배신 행렬이 아니고 무엇인가.
○…배신자는 결국 깊은 상처를 안게 마련이다. 동지를 배신하면 그들에게만 상처를 주는 게 아니라 배신한 그 자신이 더 비참해질 수도 있다. 이를 잊으려면 그 자신까지도 배신해야 하는 게 '배신의 생리'이지 않은가.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무화과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 건 바로 배신의 고통 때문이었다. 정치판에 나서면 카멜레온을 닮고, 무리지어 나는 철새의 생리를 닮은 것 같아 바라보기 민망할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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