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동네마다 통장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당이 두 배로 인상되는 등 처우가 대폭 나아진 데다 '부업'을 찾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탓.대구시내 각 구청은 재개발로 아파트가 급증, 통장 수가 덩달아 증가하면서 "껑충 뛴 통장수당을 대느라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라 하소연하고 있다.
△동네마다 난리=지난 6월 대구 남구에서는 15개의 신규 통장자리를 두고 각축전이 벌어졌다. 통마다 2, 3명의 주민이 나선 것.구청 관계자는 "서로 흠집 내기는 물론, 구의원에게 줄서기를 하는 등 기존 정치판을 방불케 하는 흑색선전까지 벌어졌다"며 "당선자와 낙선자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남구청은 지난 10월 통장 공모제를 폐지하고 예전처럼 동장과 주민자치위원회가 협의, 위촉·선출하는 방식으로 환원시켰다. 통장의 인기는 연임 횟수마저 제한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달서구 일부 주민들이 "통장위촉 심사기준이 현직 통장에 유리하게 돼 있다"며,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할 수 있도록 연임 제한을 둘 것"을 강력 요구한 것.
따라서 달서구청은 지난해 1월부터 2년 임기의 통장에 대해 첫 위촉 후 3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다른 구청들도 모두 통장연임 제한규정을 둔 상태다.
△허리 휘는 지자체들=지난해 1월부터 통장 수당이 두 배로 뛰자 대구시내 각 구청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665명의 통장이 있는 북구의 경우, 이달에만 6명이 추가로 통장 명단에 이름을 올릴 예정. 칠곡 4지구와 매천지구에 공사 중인 아파트들이 줄줄이 입주를 시작하는 내년에는 20여 명이 더 는다.
다른 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달서구는 월성1동과 진천동 등 월배 신도시 지역 아파트들이 내년부터 입주를 시작하면서 이 지역에 3만여 가구가 더 들어오면 100여 개 통이 새로 생겨야 할 판.
달서구청 우흥환 주민자치팀장은 "올해 역내 701명의 통장에게 23억 2천만 원의 수당을 지급했는데 내년부터는 3억 원이 더 들 예정"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지난달 현재 대구 지역 통장은 모두 3천 366명으로 지난 2001년(3천 121명) 이후 매년 늘고 있다. 2003년 통장들에게 지급한 수당은 대구 전체에서 73억 4천여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111억 4천여만 원으로 급등했다.
△개선방안은 없나=전문가들은 "업무개선을 통해 공무원은 통장 의존도를 지양하고 통·반장은 주민자치를 위한 참된 봉사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행정기관의 통장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 일을 해결하는 선진국들처럼 통·반장의 무보수 자원봉사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
지난 1999년부터 자원봉사 통장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관계자는 "행정여건이 발달해 통장 역할이 대폭 축소되자 통장들이 '봉사하고 존경받는 통장이 되자'며 스스로 자원봉사 통장제를 시작, 지금은 완전히 정착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통장들은 존경받는 자원봉사자가 되고 절감한 예산은 사회복지 분야에 쓰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 행정학과 김시영 교수는 "당장 자원 봉사제로 바꾼다면 거부감이 센 만큼 통장이 하는 일을 세분화해 전문성과 책임의식이 필요한 일엔 수당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단순 일은 무보수로 구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적합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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