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연기파들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05년 벽두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연기력을 선보인 남자들이 올 한해 흥행과 인기몰이를 주도했다. 황정민(36), 박해일(29), 정재영(36)이 바로 그들이다. 올 한국영화를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 3인에게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지만 차근차근 단역부터 밟아온 이들은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도,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꽃미남도 아니다. 하지만 독특한 개성으로 카멜레온처럼 영화의 분위기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프로들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한국영화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중 황정민은 올 한해를 최고의 해로 장식했다. 그는 지난 4일 열린 제4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시상식에서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 '달콤한 인생'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낳았다. 한 배우가 주·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한국에서 열린 영화제 사상 처음이다.
'너는 내 운명'에서는 사랑하는 여자가 에이즈에 걸려도 끝까지 사랑하는 순정파로 변신하더니,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사투리를 쏟아내는 말 많은 무식한 형사가 되기도 했다.
변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 박해일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냉정한 살인마로 추정되는 인물을 선보였던 그는 '질투는 나의 힘'에서 애인을 빼앗긴 대학원생 역할을, '연애의 목적'에서는 여자에게 질척질척한 말들을 내뱉는 색마로 나온다. 그러나 그 속에는 인간적인 순수함이 배어나는 연기로 밉지만은 않은 캐릭터가 장기다.
'웰컴 투 동막골'의 인민군 장교 역과 '나의 결혼원정기'의 우직한 농촌 총각 역을 열연한 정재영은 흥행과도 인연을 맺으면서 연기력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노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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