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기유학의 명암-(下)귀국 학생들 "다시 떠나고 싶어요"

"미국에서는 오전에 영어, 과학, 수학, 역사를, 오후에는 오케스트라 과목을 들었어요. 하루 3시간 정도 해야하는 체육활동 대신 에스파냐어를 들었어요. 한국에 돌아오니까 배울 과목이 너무 많고 체육, 음악, 미술 공부할 시간은 별로 없어요.(김현영·가명·14·여-미국 미시간주 공립초교 졸업·체류기간 7년)."

"우리들이 수업시간표를 짜요. 하루에 5~6과목 듣고 오후 3시쯤 학교를 마쳐요.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고 선생님들과 토론하고, 게임하면서 즐겁게 공부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선생님들이 가르치기만 하고 재밌게 안 해줘요. (이민정·가명·15·브라질 국제학교 졸업, 체류기간 5년)"

지난달말 취재진이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만난 편입생(재입학생) 대부분은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귀국후 적응을 잘하거나 못하든 간에 대답은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배워야 할 과목은 많고 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허경철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미국과 한국의 교육은 크게 '개별적'이냐 '집단적'이냐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국 교사는 '일괄 숙제'를 내지만 미국은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따라 '개별 숙제'를 내지요. 수업도 '설명'보다는 '활동' 중심입니다."

미국에서 얼마전 돌아온 한 중학생의 얘기다.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에게 한국 선생님은 'Why?(왜)'라고 하지만 미국 선생님은 'What's wrong?(뭔일 있니)'이라고 물어요. 사소한 듯 하지만 엄청난 차이가 아닐까요."

아이들에게 어릴때부터 무차별적인 경쟁과 주입식 공부를 강요하는 우리 교육 여건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조기유학 행렬도 계속 늘어날 것 같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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