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순방을 계기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감옥 파문을 둘러싸고 동서로 나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서유럽 국가들은 CIA에 협조했는지를 밝히라는 언론과 사법부의 압력에 시달리면서 일부 국가들은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반면 CIA 비밀감옥의 소재지로 지목받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은 한결같이 부인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워싱턴에 위치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제레미 사피로는 "동유럽 국가 정부들은 미국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동유럽에 유럽연합(EU) 회원국 자격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들이 안보의 기둥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유럽국가들은 대체로 CIA가 동유럽에 비밀감옥을 운영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첫 보도가 나온 이래 파문을 가라앉히려는 입장을 보였다. 부시 미 행정부와 긴장관계를 형성했던 스페인이나 독일조차도 파문을 진정시키려는 쪽이었다.
호세 보노 스페인 국방장관은 CIA 비밀감옥 파문이 터진 직후 "우리의 우방국을 가정과 루머를 토대로 웃음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사법당국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레바논계 독일인 칼레드 엘 마스리가 CIA에 의해 테러용의자로 5개월 동안 아프가니스탄의 한 감옥에 불법 감금됐고 고문까지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독일여론이 들끊고 있다.
내무부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독일 야당은 슈뢰더 전 정부가 테러용의자를 실어나르기 위한 CIA의 수송기 착륙을 인지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라이스 장관이 6일 흑해 연안 미군기지 사용 계약 체결을 위해 방문하는 루마니아에선 전혀 항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
루마니아는 폴란드와 함께 CIA가 비밀감옥을 운용한 2개의 동유럽 국가중 하나라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지목했었다. 하지만 미하이 라즈반 웅구레아누 외무장관은 전날에도 CIA 시설이 자국에 존재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비밀감옥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이 같은 부인 덕분에 CIA 파문의 초점은 테러용의자들을 제3국으로 이송하기 위해 CIA 수송기들이 주로 서유럽국가들의 공항을 이용했는지 여부에 맞춰지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