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5년 동안 모은 1천만원 학자금으로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다보니 남을 돕고 싶어도 돕지 못하는 처지가 한이 됐어요. 그때부터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남을 돕는데 쓰기 위한 돈을 조금씩 모았습니다."

15년 동안 적금을 통해 모은 1천만 원을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의 학자금으로 써 달라며 5일 대구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맡긴 한태선(69) 할머니. 대구여성회관에서 사군자 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할머니는 며칠 전 만기가 된 '거금'을 "좋은 일에 써 달라"며 학자금으로 선뜻 내놓았다.

40대 중반에 남편의 사업실패로 끼니를 잇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처했고 그때 친구의 도움으로 어느 중소기업의 구내 식당에서 일하게 됐다.

"식당에서 일하던 어느 날 한 여직원이 날마다 울어 사연을 물었더니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가고 싶은 학교를 가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회사 사장에게 여직원의 사정을 직접 알려 도와준 일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한 할머니는 남을 돕는데 쓰기 위한 돈을 조금씩 모았다. 그렇게 15년 동안 모은 돈이 1천만 원에 이르렀고, 그 돈을 학자금으로 내놓은 것.

한 할머니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 대로 남을 돕고 싶고, 다른 사람들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또 "별일 아닌 일을 갖고 주위에서 장한 일을 했다는 인사를 듣게 돼 부끄럽고 송구스럽다"고 덧붙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길 극구 꺼렸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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