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입부터 펑 펑…. 기습적인 첫눈이다.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호남쪽은 임시 휴교를 해야 할 정도로 설화(雪禍)가 심하다고 한다. 대구에도 모처럼 함박눈이 내렸지만 한나절 후엔 거짓말처럼 다 녹아버렸다. 응달진 산비탈에 그 흔적이 더러 남아있을 뿐.
첫눈이 몰고온 한파에 비로소 겨울의 한가운데에 와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새해맞이의 기억들이 엊그제마냥 선명한데 벌써'''. 얼마전 메일로 날아온 어느 전문직 여성의 글귀가 인상적이다. "~올가미를 걸어서라도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말이지, 시간이 잡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들어 매두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지구에 발을 붙였던 그 누구도 시간을 낚은 사람은 없다. 잔뜩 움켜잡은 것 같지만 이내 손가락새로 빠져나가버리는 모래알처럼, 시간은 그렇게 가버린다.
시간의 날실'씨실로 짜인 '세월'은 그러기에 아련한 상실감,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연전에 한국인의 최고 애창 가요로 서유석의 '가는 세월'이 선정됐던 것도 우리네의 이러한 멜랑콜리한 정서 때문은 아닐까.
세밑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쓸쓸해진 얼굴로 말한다. "세월이 왜이리도 빠를꼬!" 어영부영하는 새 또 한 해가 지나간다고 못내 아쉬워들 한다. 속절없는 시간과 세월을 향한 안타까움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고려시대 이곡(李穀 1298~1351)이 지은 '기사년 6월 배를 예성강에 띄우고 남으로 한산에 가려다 강 어귀에서 바람을 맞닥뜨리고'라는 긴 제목의 시 한 구절도 그러하다.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나니/ 백년 삶도 정녕코 한순간이구나(日月江河流, 百年眞一瞬)~'
이 한 해도 20여일 남았다. 달랑 한 장뿐인 달력을 보며 어떤 이는 "한 해가 다 가버렸군"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스무날이나 넘게 남았네" 할 것이다. 마더 테레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직도 한 달이나 남아있으니,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해나가야겠다"던.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스테파니 윈스턴은 "성공하고 싶다면 토막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역설한다. 단지 2, 3분의 시간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지 많다는 거다. 그렇다면 아직 남아있는 토막시간은 수천, 수만 개'''. 이 정도면 한 해를 근사하게 마무리하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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