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34)가 "한국 관객에게 보이는 게 가장 두렵다"며 엄살을 부렸다. 7일 오후 홍콩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영화 '퍼햅스 러브' 개봉을 앞두고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지진희는 영화 속에서 천사 몬티 역을 맡아 중국어로 연기했으며, '심지어' 춤 을 추고 노래까지 부른다.
"한국에서 개봉 안한다고 해서 출연했는데…"라며 웃는 지진희는 "한국에서의 이미지 역시 이런 모습이 아니어서 한국 관객 앞에 보이는게 제일 우려된다"고 말했 다. 그러나 그는 "날 집중해 보지 않고 '퍼햅스 러브'만을 본다면 좋은 영화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이 봐도 즐거운 기분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촬영 내내 '내 배역이 가장 작으니 큰 기대는 하지 말아달라'고 했으나 영화속 그는 비록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삼각관계를 이루며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다 케시 가네시로(金城武), 재키 청(張學友), 조우 쑨(周迅) 못지않은 극적 비중으로 등장했다. 관찰자로서 주인공들이 과거의 사랑을 기억하게 하며, 앞으로 어떤 선택 을 할 것인지를 지켜본다.
처음부터 이 역을 제안받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도(원래는 앤드 류(劉德華)가 니 웨 감독역을 맡고 재키 청에게 몬티 역이 주어졌으나 앤드 류가 출연하지 않는 바람 에 재키 청이 감독 역을 맡고 지진희에게 이 배역이 돌아왔다) 분명히 자신의 입장 을 표현했다.
"처음에 제안이 왔든 안왔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 누가 출연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다만 난 모든 걸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피터 찬 감독이 날 불렀을 때는 정말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중국어로 대사를 하는 것 뿐 아니라 노래하고 춤까지 춰야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악연이라고 생각했죠." 이렇 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몬티의 설정에 대해서는 "피터 찬 감독님과 몬티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면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애와 같이 순진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을 했다"고 말했다.
춤과 노래에 대해서는 "사람들이랑 함께 하는 군무였기에 가능했지 나 혼자 등 장했으면 못했을 것이다. 그냥 '애처럼 놀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해도 대사는 상대 배우와 주고 받는 것. 그냥 단순히 대사를 암기해서는 느낌이 살아나지 못한다. 그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다들 똑같은 연기자라는 게 정말 다행스러웠어요. 발음이나 노래에 대해서 감 독, 음악감독을 비롯해 여러 스태프들이 말해주긴 했는데 재키 청씨가 한 마디만 하 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죠. 배우는 배우끼리 통하는 게 있나봐요. 일본에서 드라마 '소나기'와 대만에서도 드라마를 찍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뭔지 알게 된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의 '느낌'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어려서부터도 인간에게 가장 필요없는게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멀리서 어 떤 사람이 걸어오면 말이 필요없이 어떤 느낌이 전해져오죠. '아, 저 사람이 날 좋 아하는구나' 아니면 '날 죽이러오는구나' 같은. 느낌으로 다 아는데도 굳이 말로 해 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 아시아권 톱스타들, 낯선 홍콩 영화 제작 시스템에서 그가 배운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홍콩의 영화 제작 시스템과 우리는 많이 다르죠. 각 나라의 스타일이 틀리지만 서로 절충해가면서 찍었어요. 한가지 부러웠던 점은 조감독이 이미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감독이었습니다. 즉 우리는 감독이 왕인데, 여기는 모든 스태프가 수평 적 구도였습니다. 조감독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으며, 각자 맡은 바 임무에서 는 충분히 의견을 말했고,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였죠."
이미 2일 개봉한 중국에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제치고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화권 국가에서의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9일 개봉을 앞둔 홍콩의 중심가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넘쳐나면서 곳곳에 영화 '퍼햅스 러브' 홍 보물이 붙어있다.
중화권에서는 몇몇 어려운 발음때문에 첫 내레이션 부분을 더빙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모두 지진희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진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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