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일 새벽 독일월드컵 운명의 조 추첨

괴테, 바흐와 북페어(도서전)로 유명한 독일 문화의 중심 라이프치히.

바흐의 선율이 들려오는 성 토마스 성당과 괴테의 숨결이 살아있는 대학 캠퍼스를 자랑하는 독일 작센주(州)의 고도 라이프치히. 이 곳에서 10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한국축구의 운명이 결정된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2006독일월드컵 조직위원회는 10일 오전 4시15분부터 90분 간 라이프치히 노이에메세 컨벤션센터에서 내년 독일월드컵(6월10일-7월10일) 본선 조 추첨식을 개최한다.

실제 추첨 진행은 마르쿠스 지글러 FIFA 홍보국장의 진행으로 새벽 5시20분부터 25분 간 펼쳐진다. 전 세계 3억2천만명의 팬들이 145개국에 중계되는 세기의 추첨을 숨죽인 채 지켜보게 된다.

◇조 추첨 어떻게 진행하나

국내 지상파 방송 3사가 동시에 생중계하는 조 추첨식 중 전반부 1시간 남짓은 독일 TV스타 라인홀트 베크만과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의 사회로 진행되는 사전 행사다.

콜롬비아 출신 록가수 후아네스와 독일 필하모닉유스오케스트라의 뮤지컬 공연, 한스 클록의 마술쇼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 오는 본선 진출국 사령탑들은 초긴장 상태를 풀 여유가 없을 것 같다.

조 추첨은 FIFA가 이미 발표한대로 톱 시드 1그룹 8개팀을 먼저 A-H조에 배치한다. 개최국 독일과 전 대회 우승팀은 이미 A조와 F조로 낙점받았다.

나머지 6개팀은 1번 포트에 6개의 공을 넣어놓고 하나씩 나라를 뽑는다. 2002한일월드컵 조 추첨식 때처럼 'B1(B조 1그룹)'을 사회자가 부르고 추첨자가 공을 뽑으면 공 안에 들어있는 국명 쪽지가 펼쳐진다.

1그룹 나머지 6개팀은 월드컵 랭킹(최근 월드컵 성적과 FIFA 랭킹 합산) 순으로 잉글랜드, 스페인, 멕시코, 프랑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다.

그 다음에는 2그룹이 아니라 3그룹을 먼저 뽑는다. 3그룹은 8개국이 모두 유럽팀이다. 크로아티아, 체코,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스위스, 우크라이 나가 기다리고 있다.

이어 별도 포트로 배정된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조를 정한다. 유럽 14개팀 중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유럽팀이 같은 조에 3개팀 들어가지 못하도록 별도로 추첨한다. 1그룹 중 유럽팀이 아닌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중 한 팀과 같은 조에 편성된다.

그 다음 아프리카 5개국(앙골라, 가나, 코트디부아르, 토고, 튀니지)과 남미 2개국(에콰도르, 파라과이), 호주가 있는 2그룹이 조를 배정받는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이미 한 조를 차지하기 때문에 2그룹 중 마지막 한 팀은 4그룹 쪽으로 내려와 조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운명이 결정된다. 4그룹은 한국, 이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코스타리카, 트리니다드토바고, 미국 7개팀으로 이미 3개국씩 편성돼 있는 조에 하나씩 들어가게 된다.

◇추첨행사는 '별들의 전쟁'

조 추첨식에는 딕 아드보카트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거스 히딩크(호주), 스벤 고란 에릭손(잉글랜드),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마르코 반 바스텐(네덜란드), 지코(일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포르투갈) 감독 등 본선에 나설 세계적 명장들이 거의 빠짐없이 참석한다.

추첨자는 축구 황제 펠레와 독일의 영웅 로타어 마테우스, 아르헨티나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 등 지난 세기 그라운드를 수놓은 스타들과 대륙별 대표로 나서는 나카야마 마사시(일본) 등이다.

그러나 세기의 스타들도 조 편성 결과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게 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지켜보는 것도 추첨식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조별리그 베이스캠프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지난 달 28일 출국한 아드보카트 감독도 전야제에 맞춰 라이프치히로 이동한다.

축구계 스타들 외에도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과 독일 최초의 여성 내각수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란츠 뮌테페링 전 사민당(SDP) 당수, 게오르크 밀브라트 작센 주지사 등 정.관계 고위 인사들도 참석한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해설가 120여명과 취재진 1천600여명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인다.

라이프치히시는 4㎞에 달하는 '인간 사슬' 만들기 이벤트로 세기의 손님들을 맞고 있다.

◇아드보카트호, 어떤 조합이든 '정면돌파'

국내 팬과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희망 사항은 '멕시코.스페인(1그룹)-스위스.폴란드(3그룹)-앙골라.토고(2그룹)'으로 짜여진 최상의 조합을 원한다.

반대로 '브라질.독일(1그룹)-네덜란드.체코(3그룹)-호주.가나(2그룹)'라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같은 최상 또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되지 않으리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유럽팀 중 최강 전력에 가까운 1개팀, 중위권 정도의 1개팀, 아프리카 1개팀 정도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유럽 2개팀이 들어온다고 해서 무조건 한숨을 내쉴 이유도 없다. 이미 2002한일월드컵에서 유럽 강호들을 연파하고 4강 신화를 일궈낸 만큼 치밀한 대비를 통해 정면 돌파 전략을 미리미리 짜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다.

현장에서 운명의 순간을 지켜보는 아드보카트 감독은 추첨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훈련 캠프 구상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미 현지 답사를 상당부분 마쳤다.

각국 축구계의 정보전도 곧장 시작된다. 대한축구협회와 코칭스태프는 현장에서 정보 수집에 들어가 상대국 전력 탐색에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축구협회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차두리(프랑크푸르트)를 점검하고 귀국하는대로 K-리그 감독들과 만남을 통해 대표팀 차출과 관련한 협조를 구하고 내년 1월 전지훈련 세부계획을 짤 예정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8차례 평가전을 비롯한 훈련 계획서를 이미 제출했다. 코칭스태프와 이영무 신임 기술위원장을 수장으로 한 기술위는 상대국 전훈 탐색을 통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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