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얘기다.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 도널드 셀번은 무릎 수술 후 환자들의 회복속도를 관찰하다 예상과 전혀 다른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만 해도 무릎 수술을 하고 나면 수술 부위가 잘 아물어 다시 상처를 입지 않도록 깁스를 하고 침대에 눕혀 놓았다.
'함부로 움직이면 큰일 난다'는 엄포와 함께 병동에는 의사의 지시사항을 골라서 어기는 불량환자(noncompliant patients)가 있기 마련. 목발을 들고 뛰어다니기가 예사고 깁스가 답답하다고 몰래 풀어버리기도 한다.
셀번은 환자들의 회복속도를 추적 관찰하다 의사의 지시를 어겼던 불량환자들이 깁스하고 침대에 누워 안정만 취했던 모범환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회복돼 일찍 걷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의사들은 예상 밖의 결과를 의학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불량환자들의 수술 관절부위가 빨리 회복돼 일찍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목발 사용을 줄이고 다리근육을 빨리 사용하면서 무릎 관절주변 근육의 근력회복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셀번의 연구를 계기로 수술후 '조기 재활 운동'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수술 후 바로 재활운동을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른 시일 내에 다치기 전 수준으로 몸의 기능을 회복해 불편없이 생활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수술이 성공적이고 상처가 나았다고 해서 저절로 몸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관절이 다시 다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절을 보호하는 근육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또 부상과 수술과정에서 손상된 신경과 근육의 조절기능과 균형감각을 회복시켜야만 관절은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관절의 손상을 유발한 신체의 불균형과 같은 근원적인 원인을 생체역학적으로 분석해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활운동은 일반적으로 헬스클럽에서 건강한 사람들이 하는 근력운동과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 몸의 근육은 그 기능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관절을 움직일 때 주로 사용하는 근육, 다른 하나는 관절이 움직일 때 관절주변의 조직끼리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근육이다. 일반적으로 재활운동은 관절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근육에 초점을 맞춘다.
재활운동은 신경과 근육 조절기능 회복운동, 균형감각 회복운동, 관절보호 근육강화운동, 그리고 관절을 움직이는 운동으로 구성된다.
재활운동을 일반적인 체력강화운동과 구별해 '치료적 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재활운동은 환자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고 재활운동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시행해야 목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종균(운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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