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테러 용의자 고문의혹 부인

라이스 "고문 위해 타국 이송한 적도 없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8일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감옥 파문과 관련해 테러 용의자들을 고문하기 위해 외국영토로 옮기지 않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공항을 이용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라이스 장관은 이날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NATO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미국은 고문을 하지 않고, 용서하지도 않으며, 정부관리들이 고문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CIA 파문과 관련해 그간의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CIA가 유럽 각국 공항을 이용해 수백 편의 수송기로 테러용의자들을 옮겼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라이스 장관은 어떤 억류자도 고문을 받기 위한 장소로 옮겨지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고문받을 것이라 생각되는 장소로 사람들을 옮기기 위해 공항 또는 영공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워싱턴의 정책은 자국 영토 안팎 모두에서 미국 법과 국제적 책무를 준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라이스 장관은 전날 유럽연합(EU)과 NATO 회원국 외무장관들과 비공식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도 "미 심문자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고문이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NATO 사무총장은 CIA 비밀 감옥 파문에 대해 "라이스 장관이 의혹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이스 장관이 의혹을 풀었다는 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라면서 "미국은 테러 용의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라이스가) 설명했다"고 말했다. 라이스의 발언은 고문에 관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인권단체들은 크게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미 행정부 관리들은 고문에 관한 국제 관례나 관련 미국법이 해외에서 붙잡힌 범죄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런 배경에서 유럽 각국 외무장관들의 긍정적 평가도 이어졌다. 프랑크 발터 스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라이스 장관이 동맹국들에 미 행정부가 국제 인도주의 법규를 우방들과 다르게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외무장관들도 라이스 장관이 전날 만찬에서 미 행정부의 인권 준수 정책에 대해 명백히 밝혔다면서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라이스 장관의 발언이 미국의 기존 정책을 다시 말한 것일 뿐 정책변경의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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