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우리도 변해보자

이와쿠니 데쯘도(岩國哲人). 그는 1936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어머니 고향인 시마네현(島根縣)의 소도시 이즈모시(出雲市)로 옮겨 고교를 졸업하고 도쿄대(東京大)를 나왔다. 대학 졸업 뒤 국내외 증권업계에 투신해 1987년 세계 최대 투자금융사이던 메릴 린치사의 미국 본사 수석 부사장으로 재직하는 등 한창 잘 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인생에 새 전기가 찾아왔다.

1988년 어머니 고향인 이즈모시 주민들이 '시장후보유치단'을 만들어 미국까지 찾아와서 그에게 시장 출마를 강력히 요청한 것. 그는 결국 거의 납치되다시피 귀국해 이듬해 시장선거에 나서 당선됐다(시마네현은 오랫동안 경상북도와 자매결연을 맺어 오다 올해 독도 영유권 문제로 한'일 간 외교마찰을 빚는 바람에 경북과 인연을 끊은 곳).

당시 시마네현은 일본 내 47개 도(都)'도(道)'부(府)'현(縣) 가운데서 46위에 머물고 있었고 이즈모시는 인구 10만 정도에 불과한 소도시였다.

화려한 국제 금융계 생활을 청산하고 주민요청으로 시장이 된 그는 토'일요일 행정 서비스 실시 등 혁신적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는 등 기업마인드를 행정에 접목시키기 시작하면서 이즈모시청을 '최우수 기업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때문에 이즈모시청은 일본능률협회가 매년 전국에서 가장 독창성과 사회성이 뛰어나고 매력있는 조직체인 기업이나 조직 9곳을 뽑아 수상하는 '베스트 9'에 올라 'JMA종합마케팅 우수상'을 받았다. 그것도 일본을 대표하는 쟁쟁한 대기업인 소니와 도요타, 기린맥주, 혼다 등 8개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경우는 일본 역사 상 처음있는 일이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즈모시를 일약 유명 도시로 만들었다(95년 시장을 그만둔 그는 96년부터 중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이야기는 1991년 '지방의 논리'라는 책으로 국내에 소개돼 당시 본격적인 지방자치와 맞물려 공무원들 사이에 많이 읽혀지기도 했다.

올해로 우리도 민선자치 10년을 맞았다. 그러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갈수록 수도권과 지방과의 간극은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과 규제 완화 등으로 수도권은 비대화하고 '돈'과 '사람'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지방은 정부의 분권 및 균형발전이란 거창한 비전 앞에서도 빈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997년 1.16이던 수도권의 재정력지수(기준재정수입액/기준재정수요액)가 올해는 1.02로 하락한 것과 달리 비수도권 경우 같은 기간 0.53에서 0.34로 더욱 나빠져 지방의 재정형편이 말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지방이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어김없이 지방선거는 6개월 앞으로 또다시 다가오고 있다. 벌써부터 자신의 생명줄을 쥔 국회의원 앞으로 '나란히' 줄 서는 행태가 시작됐고 공천을 위한 출마 희망자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줄 서기 구태는 기초'광역의회 의원은 물론 광역'기초단체장 가릴 것 없다.

특히 내년부터 기초'광역의회 의원에 대해서는 상당한 보수가 주어지고 출마 시 당 공천을 받도록 한 탓에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에 한 없이 약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실상 한나라당 일색인 대구'경북의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더욱 속이 답답하리라.

지난 민선 10년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국회의원도 물론이지만)이

각종 이권이나 비리에 연루돼 임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영어(囹圄)의 몸으로 전락해 처량한 신세가 되는 것을 지켜보지 않았던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민선 10년을 지나는 내년 선거에 즈음, 이제 우리도 바뀔 때가 됐다.

지방의 논리로 무장, 지방이 제대로 사는 그런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 줄 사람을 제대로 공천하고 제대로 뽑을 때가 됐다. 우리만이라도 더이상 당리당략에 매이지 말고 지방을 위한, 지방에 의한, 지방의 '스타 정치인'을 한번 만들어보자.

정인열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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