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학법 대충돌'…본회의장 난장판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놓고 멱살잡이와 고성, 몸싸움 등 과거 정치권의 추태를 그대로 재현했다.

여야는 정체성을 건 사학법 처리 문제와 관련, 각각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인 듯 본회의가 소집되기 전부터 회의장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때의 교육효과 때문인지 회의 시작 3시간 전부터 본회의장 출입구 3곳을 직접 봉쇄했다. 이날 출입구 봉쇄에는 대부분 건장한 체격의 의원 수행비서나 운전사들이 동원됐다.

우리당은 지난달 쌀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당시 국회 경비들에게 본회의장을 막도록 했지만, 민주노동당 의원과 보좌관의 압박을 막아내지 못하고 결국 의장석 점거를 허용했다.

이날 우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출입문을 보좌관들에게 지키게하고, 도시락을먹으면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 우리당-한나라당 몸싸움 =

0...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본회의장을 장악하기로 하고 회의 시작 2시간여전에 본회의장 입구에 도착했지만, 출입구는 이미 우리당 보좌관들에 의해 장악된 상태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문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우리당 오영식(吳泳食) 공보담당원내부대표 등 일부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스크럼을 짜고 저지했다.

이혜훈(李惠薰) 곽성문(郭成文)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간다는데 보좌관이 막는게 어디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당 보좌관들과 뒤늦게 달려온 한나라당 보좌관들이 거친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였다.

특히 본회의장 오른쪽 입구에서는 유리창이 깨지는 등 소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좌관들과 함께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고, 우리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유리창이 깨진 것.

그러나 우리당 의원과 보좌관들은 끝까지 입구를 지켜냈다.

한편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가 회의만 하다가 한 발 늦었다"고 발을 구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회의 시작 3시간 전에 의총을 열었지만, 행동개시 시각 및 의장실점거 시나리오 등 세부 행동강령을 놓고 격론을 벌이다가 뒤늦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당 의원 본회의장에 미리 배치 =

0...우리당은 본회의장 출입구와 의장실 외에도 본회의장 내부까지 미리 의원들을 배치하는 등 이중, 삼중으로 한나라당의 진입을 막았다.

정세균(丁世均) 의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재형(洪在馨) 이호웅(李浩雄) 박영선(朴映宣) 주승용(朱昇鎔) 의원 등 14명은 본회의장 내부에서 의장석을 지켰다 우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이 이용하는 출입구를 사용해 본회의장으로 입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청석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 야당 의원을 차별하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한나라당 나경원(羅卿瑗)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브리핑에서 "이런 비겁한 행동은 국회 사무처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라며 "정정당당한 태도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를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0..열린우리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출입구 3개를 봉쇄한 가운데 '저지선'을 뚫으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간 몸싸움은 오후 1시23 분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본회의 정문 출입구에 포진한 우리당 관계자들의 스크럼으로 돌진한 것.

의원 보좌진과 한나라당 당직자들까지 가세, 구령에 맞춰 우리당의 스크럼 돌파를 시도했고, 여기에 맞서 우리당 의원과 당직자들도 한나라당측 인사들을 필사적으로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스크럼을 짜고있던 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최재성(崔宰誠) 의원은한나라당 당료들과 욕설을 주고 받으며 멱살잡이를 벌이기도 했다.

또 한나라당 주호영(朱豪英) 의원은 당직자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당 스크럼 위로 기어서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했지만 우리당측의 '수비'에 걸려 실패로 끝났다.

치열한 몸싸움이 계속되는 사이에 오후 1시45분께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를시작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속속 입장하면서 20여분간의 '장외 사투'는 막을 내렸다.

= 물리적 충돌속 1인 피켓 시위 = 0..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의원이 본회의장 출입문 앞에서 양측 인사들간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과정에서도 '여유롭게' 피켓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임 의원은 양 측간 수비와 공격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웃는 얼굴로 '전교조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머리 위에 들고 ' 1인 시위'를 연출했다.

0...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순간 본격적인 소란이 시작됐다.

의장석 주변에서 대치하고 있던 우리당 의원들과 대치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부여당 사학법, 전교조에게 모든 것을 내주자는 것'이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어댔다. 일부 의원들은 "직권상정, 날치기 반대"라는 구호를 외쳤다.

경위 30여명을 대동한 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의장석에 올라 선 김 의장이 당초이날 5번째 안건으로 예정됐던 사학법 개정안을 첫번째 의사일정으로 상정하자 소란은 가중됐다.

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이 제안설명자로 나섰지만,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의원이 달려들어 원고를 빼앗으면서 제안설명이 중단됐다.

동시에 한나라당 권경석(權炅錫) 의원이 마이크를 빼앗았고, 공성진(孔星鎭), 정문헌(鄭文憲) 이인기(李仁基) 김재원(金在原) 송영선(宋永仙) 의원 등이 단상을점거했다.

단상 주변에선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정봉주 의원은 단상 밑에서 한나라당주성영(朱盛英) 의원의 목을 조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몸싸움 과정에서 바닥에 넘어진 우리당 서갑원(徐甲源) 김형주(金亨柱)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에 밟혔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놓여져 있던 서류 뭉치를 단상과 의장석 방향으로 투척하기도 했다.

여야가 역할만 바꿨을 뿐이지 지난해 3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연출됐던 본회의장 상황이 판박이처럼 그대로 재연됐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김 의장은 "이런 상황에선 제안설명을 할 수 없으니, 제안 설명은 단말기에 있는 것을 참고해 달라"고 말한 뒤 표결을 선언했다.

= 7분간 전자투표 =

0...김 의장이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전자투표를 선언한 뒤에도 난장판은 계속됐다.

우리당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다가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교대로 투표했다. 이 때문에 전자투표가 7분이나 계속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김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김 의장은 "세상에 어느 나라 선진국회가 표결을 폭력으로 방해하느냐"며 "부끄러운지 알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원천무효"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무시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전자투표 진행상황이 표시되는 전광판에 투표 참여자수가의결정족수인 150명을 넘어서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의장석 주변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을 위해 '대리투표'를 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우리당 의원들의 박수속에 사학법 개정안 가결을 선언한 직후 "오늘은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회의장에 입장한지 20분 만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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