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아오르는 겨울 극장가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겨울 극장가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내로라하는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개봉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경쟁이 달아오를수록 이를 골라보는 영화 팬들은 추운 겨울이 즐겁다.

올 겨울 극장가를 선점한 블록버스터는 지난 1일 개봉한 해리포터 시리즈 4탄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다. 개봉 2주 만에 24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 개봉 2주차에 스크린수가 오히려 전 주보다 40여 개가 늘었다. 1, 2, 3탄에 비해 더욱 거대해진 스케일과 박진감 넘치는 트리위저드 경기, 성장한 배우들의 사춘기 시절의 풋풋한 로맨스 등이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탓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해리포터 4탄은 시리즈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 수익을 향해 달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억6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같은 해리포터의 독주에 14일 두 편의 국내산과 할리우드산 블록버스터가 가세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다름 아닌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 개봉에 앞서 9일 열린 시사회에서 '역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뒤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쥔 뉴질랜드 출신 피터 잭슨에 대한 신뢰다. 그는 1933년 최초로 제작된 킹콩을 화려하게 리메이크 해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첫 영화의 스토리 라인에 충실하면서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사용된 특수효과보다 더 많은 특수효과를 사용했다는 영화사의 자랑을 입증하듯 화려한 특수효과가 압권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완성한 뒤 "영화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환상적이어야 하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피터 잭슨은 이 말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비현실적인 괴물 킹콩의 얼굴 표정은 인간의 표정처럼 섬세해 관객은 표정만으로도 킹콩의 내면을 알아차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킹콩이 사는 미지의 섬인 해골섬에 서식하는 채식·육식 공룡들이며 기이한 파충류와 육식 식물들은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괴물들만큼이나 기이하면서도 사실적이다.

피터 잭슨 감독이 사재까지 털어 총 2억700만 달러(약 2천200억 원)를 투입했다는 이 영화는 연말 한국 영화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태풍'(제작 진인사필름)과 격돌한다.

영화만 놓고 볼 때 '태풍'도 장점이 많다.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만큼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자랑한다. 태풍의 한가운데에서 항행하는 배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격투 장면, 러시아와 태국 등지의 로케이션을 통해 잡은 이국적인 풍경 등 볼거리는 충실한 스토리 전개와 맞물려 국산 블록버스터의 면모를 과시한다.

여기에다 오는 29일 또 하나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경쟁에 뛰어든다.

나니아 연대기는 2005년 내내 저조한 흥행성적으로 우울한 한 해를 보낸 할리우드가 '킹콩'과 더불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작품. 할리우드는 '킹콩'과 '나니아연대기' 이 두 영화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5억 달러나 뒤진 올해의 흥행수입적자 폭을 줄이는 데 기여해 줄 것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나니아 연대기'는 C S 루이스의 아동용 고전 판타지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이어 연말연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 (위로부터)올 겨울 극장가 석권을 노리는 '태풍' '킹콩' '해리포터와 불의 잔' '나니아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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