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교육 싹쓸이' 수성구 혼자만 살찌나?

대구지역 기초자치단체 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우수한 교육, 주거환경에다 지하철 2호선까지 등에 업은 수성구가 신규아파트 신축을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건축 관련 지방세 수입이 급증, 구·군 간 '재정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

특히 오는 2010년까지 106곳의 15층 이상 고층건물이 들어설 계획인 '수성구 맨해튼 프로젝트'가 현실화될 경우 수성구의 독주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어서 '도시구조의 왜곡'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가 예상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신축에 따른 구·군별 내년도 신규 세입현황'에 따르면 수성구에는 내년에 16곳(8천779가구)의 공동주택이 들어서게 되면서 취득세, 등록세 등 신규 지방세 수입만 884억2천600만 원에 이른다. 대구시 전체 신규 세입(1천795억여 원)의 49%를 차지하는 액수. 수성구의 내년 한 해 신규발생하는 세입만 중·남구의 내년도 예산(중구 906억 원, 남구 923억 원)과 맞먹는 수준.

다른 구·군과 비교하면 더욱 심각하다. 내년 대구에서 수성구 다음으로 신규 세입 발생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북구(387억 원)와 3위 달서구(301억 원)는 수성구와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

서구는 공동주택 신축계획이 아예 없는데다 동구(22억 원)와 달성군(24억 원)과도 비교 자체가 힘들다.

이런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수성구는 각종 도로는 물론 문화예술회관, 구민도서관, 체육관 등 사회기반 및 공공시설을 잇따라 지을 계획이다. 수성구 한 관계자는 "대구시로부터 받을 내년도 신규 지방세 조정 교부금이 470억 원쯤 되고, 향후 5년 동안 역내에 90여 개의 아파트 및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계획이어서 전체 신규 세수만 5천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풍부한 재정을 토대로 도시기반시설 및 문화·복지 시스템을 확충, 다른 구가 따라올 수 없는 '대구 1등 동네'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편중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복지·환경·공공서비스·인구·인프라 투자 등의 특정지역 집중은 나머지 지역의 상대적 박탈 및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며 지자체 간 위화감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대 도시지역계획학과 홍경구 교수는 "지역 간 차이가 단순한 생활수준의 차이를 넘어서 '문화적 분단'으로 고착화할 경우, 심각한 사회갈등 요인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또 "서울의 강남처럼 수성구의 독주는 대구 전체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대구시가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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