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공화국'(?)…우량아인가 비만아인가

"수성구는 더 이상 대구시의 기초자치단체가 아니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는 수성구를 '수성 공화국'이라 칭했다. 가뜩이나 행정·교육·금융·문화 등 대구의 중추기능이 집중된 수성구에 최근 들어 투자가 더욱 활기를 띠며 도시 기반시설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는데 따른 부러움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역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등 심각한 사회 갈등 요인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없는 게 없다= 최근 수성구 범어동 한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자는 수성구에 구민 도서관을 지어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최종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 사업자는 범어동 1천795평 대지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최신식 도서관을 무상으로 지어 수성구청에 기부할 계획. 도서관 건립 총사업비는 250억 원에 이르며 내년 상반기쯤 착공해 2008년쯤 완공할 예정.

북구 강북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구수산 공공도서관을 짓기 위해 8년을 고생해야 했던 북구청으로서는 허탈한 소식. 북구는 재정부족으로 도서관 건립을 한동안 보류, 당초 140억 원이던 공사비를 28억 원 깎으면서 최근에야 겨우 부지를 마련했다.

수성구는 올해 1천 591억 원이던 예산을 내년엔 1천 826억여 원으로 15%나 늘려 잡았다. 특히 내년 예산에 대구시내에서는 유일(달성군 제외)하게 지산동 일대에 수성구민체육관을 건립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비 3천만 원을 포함시켰다. 체육관도 만들겠다는 것.

내년 9월쯤 개관할 수성 문화예술회관 경우 1천188석의 대공연장과 344석의 소공연장을 갖추는 등 규모 면에서 다른 구의 문화회관을 압도한다. 총 사업비도 370억 원으로 96억 원이 든 서구 문화회관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 다른 구청 관계자들은 수성문화예술회관을 '초호화판'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시민들은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수성구를 꼽는데 주저 않는다. 역내 한 건설업체가 올 초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지역 선호도 조사에서 수성구는 61.4%로 단연 1순위로 꼽혔다. 중·남·서구는 5%에도 못 미쳤다.

선호도 차이는 결국 집값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시내 구별 아파트 평당매매가에 따르면 수성구는 평균 560만 원으로 대구 평균인 455만 원을 훨씬 웃돌았다. 그 뒤를 이은 한 구의 470만 원과도 큰 격차였다. 81평 이상 고급아파트도 수성구는 286가구에 이르지만, 중·서·남구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품동네(?)= 수성구는 2010년을 전후해 '명품동네'가 될 것이라고 구청 측은 보고 있다. 수성구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수성구 일대는 15층 이상의 건물들이 마천루 거리를 이루게 된다. 범어동 41곳, 시지 25곳, 수성동 21곳, 황금동 15곳, 만촌동 8곳 등 5년 내에 106개의 고층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게 되는 것.

구청의 장기발전기본계획안(2007년~2016년)에 따르면 수성교~만촌네거리, 황금네거리~MBC네거리 일대를 무선랜 거리로 조성, 걸어다니면서 통신서비스나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타운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또 지하철 2, 3호선이 만나는 범어역과 2, 4호선이 만나는 만촌역을 지하로 연결하는 등 지하공간개발을 통해 대규모 쇼핑센터도 만든다는 계획을 수성구청은 세워놨다.

문화·복지시설 경우 내년 개관할 수성 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수성구민 체육관과 범어동, 범물·지산, 시지 지역에 3곳의 공공도서관을 새로 짓는 등 최고의 명품도시로 거듭난다는 방침.

△폐해= 하지만 도시문제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수성구의 집중현상이 나머지 지역의 소외감과 위화감만 조성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 도시 구조의 왜곡 성장은 에너지 다소비,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 갖가지 도시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흥사단 최현복 사무처장은 "도시기반시설들이 한쪽에 쏠리게 될 경우 향후 교통, 환경 등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며 "대구시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각종 사업추진 과정에서 재정형편이 취약한 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지역개발학과 윤대식 교수는 "대구의 자본이 대부분 건설분야에만 몰려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다른 지역보다 뛰어난 수성구 집중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윤 교수는 "한 지역에 개발 및 투자가 집중되는 것은 도시 전체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건축 이외의 다른 산업기반을 성장시키는 방법이 불균등 현상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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