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쇼크'가 한국 사회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상반된 발표로 국민들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것은 물론 자칫 이번 사태가 지식인 전체에 대한 '불신풍조'로 번질 우려마저 낳고 있기 때문. 우리 사회의 양심을 대변하며 신뢰를 받던 지식인·학자 집단이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심각한 불신을 받을 경우 사회 전반의 가치관 혼란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던 지식인 집단의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각종 부정비리가 터져나와도 학자를 비롯한 지식인 만큼은 그나마 국민의 신뢰를 받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가 조장되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는 것.
경북대 사회학과 노진철 교수는 "과학적 결정 과정이 무너지거나 제도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위험사회'인데,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위험사회가 초래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집단적 최면상태에 빠진 언론과 국민이 황 교수를 스타로 만들더니 이번엔 벌떼처럼 일어나 사회에서 매장시키려 하는 등 조급증을 보이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한 발짝 물러서서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16일 오후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지역 생명공학자들은 "검증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 과학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과학자의 기술과 정직성이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이번 사건이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분석도 내놨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두 사람의 언행 등 이른바 '스타 과학자'들의 치부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과학자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북대 생명공학부 허태린 교수는 "중요한 것은 학문에 대해 엄정히 정직성을 지키려는 과학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쌓아왔던 과학자들의 진실성이 한꺼번에 무너져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까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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