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세균 당 의장이 지난 18일 참여정부 3년을 맞아 개최한 당정 워크숍에서 "수구우파 세력이 집권하면 남북평화와 번영은 후퇴할 것이고 남북 간에는 엄청난 긴장이 형성돼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적어도 10년간은 (우리가)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재집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최근 사학법 개정에 따른 정국 주도권 확보와 여론 호조세를 등에 업은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하지만 이같은 발언이 자칫 정치적 다양성을 해치지 않을지 걱정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정 의장은 지난 10월 재선거 패배 이후 불거진 지도부 문책사태로 등장한 구원투수다. 당시 당 의장 수락 연설문을 통해 그는 "정견을 달리하는 여러 그룹의 힘을 합치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통합하고 조절하는 것이 지도자"라며 이념적 갈등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날 '역사의 후퇴', '역사적 재앙'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로 보수층을 매도했다. 정당의 기본 이념인 정권 재창출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불과 한 달 전 지지율이 바닥을 칠 때엔 통합을 강조하더니 여론이 좀 호조세로 돌아서니까 다시 상대방을 매도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참여정부 초기 최대 화두는 '개혁'이었다. 17대 개원 초기부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개혁 대 수구', '진보 대 보수' 등으로 연일 이념전쟁을 치르며 참여정부 초반을 허비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당 의장이 수차례나 바뀌었지만 이날 정 의장의 모습은 또다시 참여정부 초기 여야 극한 대치상태로 돌아간 듯했다. 정 의장의 말대로 보수층이 정권을 잡으면 재앙이 올까?
이날 정 의장 말을 듣고보면 "박근혜·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어도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유시민 의원보다 정 의장의 정치적 식견이 더 얕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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