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그러진 난방 전쟁…아파트 주민들 어쩌나

대구지역에 잇따라 들어서는 대규모 아파트들이 취사용으로 LPG를 사용키로 해 아파트 단지 내에 LPG저장소 설립이 불가피해지면서 이들 시설을 반대하는 입주예정자들과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이는 아파트 시행사들이 난방요금이 싼 지역난방 유치경쟁에 나서자 대구도시가스가 지역난방 이용 아파트에 대해서는 취사용 가스공급을 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웬 LPG?= 2만 가구가 들어서는 대구 달서구 상인·월성·월암·유천·대천동 월배지구단위계획구역(36만여 평)내 아파트 신축예정지 4곳. 이곳 아파트 시행사들은 사업시행인가를 얻으면서 모두 LPG저장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냈다. 달서구청과 업체들은 지난달 모두 4천186가구가 들어오는 4개 단지마다 각각 2.9t씩의 LPG 저장소 설립 가계획을 협의했다.

구청 측은 "시행사들이 분양률을 높이려 주민들이 선호하는 '지역난방'을 선택하자, 대구도시가스가 채산성을 이유로 취사용 도시가스 공급을 못하겠다고 거부, 구청으로서는 법상 문제가 없는 한 주민들이 LPG를 쓰도록 LPG저장소를 허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구청 측은 LPG저장소 설치를 기피했던 과거 관행에 미뤄 집단 민원을 우려했다. 더욱이 LPG 연료비는 도시가스보다 비싸 입주민들의 연료비 추가 부담으로 주민불만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실제 2007년 입주의 대구 달성군 화원읍 한 아파트도 시행사가 지역난방을 채택, 대구도시가스와 충돌해 취사연료로 LPG를 채택하면서 LPG 저장소 설립을 예정하고 있고 입주 예정자들과 일대 주민들의 민원이 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LPG저장소가 아파트 단지마다 들어서게 된 원인과 관련, 역내 아파트 연료 공급 사업을 양분하는 '한국난방공사 대구지사'와 '대구도시가스'는 서로 상대방을 탓하고 있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대단위 아파트 지역에 지난해까지 취사용 연료를 공급해 왔던 도시가스가 월배 아파트 단지 연료공급 결정 때부터 태도를 바꾸고 있다"면서 "지역난방을 선호하는 추세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난방공사는 달서구 전체와 달성군, 서구 일부 아파트에 지역난방을 공급 중이다. 1997년 설립 당시 성서와 장기, 용산, 대곡지구 4만 가구에 불과했던 지역난방 아파트는 현재는 7만 가구까지 늘었고 3만 가구가 추가로 지역난방을 원하면서 2, 3년내 지역난방 이용 가구는 10만 가구에 이를 전망.

도시가스 측은 "전역에 도시가스배관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난방공사가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계속 자체 배관을 늘려 중복투자가 되고 이에 따라 도시가스 수익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난방용이 수익의 99%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역난방 아파트들의 취사용만 떠맡아서는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는 것.

△어떻게 풀까= 지난해 균형발전을 주제로 공동 용역까지 발주한 난방공사와 전국 도시가스업체들은 지역난방 아파트에 소형 열병합발전소를 도입하는 방안을 최선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역난방을 선호하는 만큼 도시가스를 취사용으로만 공급할 게 아니라 전기까지 생산하는 발전소를 설립, 도시가스 업체들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자는 것.

도시가스 측에 따르면 열병합발전소를 혼용하면 지역난방 단일 방식보다 가구별 연간 3만 원의 연료비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대구의 경우 이윤을 추구하는 아파트 시행사들과 적극적이지 못한 행정기관들 때문에 갈등 해소는커녕 LPG 저장소 설치라는 새로운 분쟁 국면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난방공사 및 도시가스 관계자들은 "대구 아파트 시행사들은 3억 원에 이르는 설치비와 하자보수부담을 이유로 소형 열병합발전소를 외면한다"며 "5t 이상 LPG 저장소만 교육청과 협의하는 법상 맹점을 악용, 3t 내외만 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취사용 도시가스 단가를 일부 올려 갈등을 해소하는 서울, 청주 등 일부 지자체들과 달리 유독 대구시와 구·군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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