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과학 한국'은 계속돼야

'황우석 쇼크'를 지켜보는 과학자들은 실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도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의 실험실에서 '과학 한국'을 빛내줄 큰 열매가 자라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여정수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감정적인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 때문에 줄기 세포와 치료용 복제 연구 등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공학 분야 연구 자체가 침체돼선 안 된다는 것.

대다수 젊은 과학자들도 여 교수와 같은 목소리였다. 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의 박사과정 한 연구원은 "국내에도 줄기세포 연구팀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황 교수팀의 기술을 국내 다른 줄기세포 연구진들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이라 했다. 그는 또 "젊은 과학자들의 자정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생명공학(BT) 산업이 선진대열로 합류하는 데 좋은 약이 될 것"이라 했다.

그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의 몰락과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이 사라지게 됐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국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가 한 단계 더 진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일부 젊은 과학자들은 '쓴 소리'도 감추지 않았다. 우리 과학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말과 휴일도 잊은 채 1년 365일을 연구실에서 보내고 있다는 경북대 유전공학과 한 박사과정 연구원. 그는 "이번 일로 한국의 수 많은 예비 과학자들이 좌절해선 안 된다"며 "한 사람의 '황우석'이 아니라 제2, 제3, 제4의 황우석을 키워 나갔다면 애초부터 이런 문제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우리나라가 황우석 진실 공방에 매달리기에 앞서 일본 등 다른 선진국처럼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 그들의 연구성과를 나라에 환원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젊은 과학자들의 바람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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