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받아야 할 처지에 어떻게 당명을 어길 수 있겠습니까?"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0일 오후 대구지역 기초의원 선거구 가운데 한 선거구에서 4명을 뽑는 '4인 선거구'를 모두 2명씩 뽑는 '2인 선거구'로 쪼갠 안을 통과시켰다. 경북도의회도 전날 같은 내용의 선거구획정안 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시·도의회는 이 조례안을 한두 차례 간담회 후 전격 확정했다.
명분은 기초의원 대다수의 요구에 따랐다는 것. 그러나 이번 결정의 저변에는 한나라당 '당명'을 따르고, 광역의원 '권위'를 챙기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구시의원은 "상임위 간담회에서 위원장이 '선거구 분할은 한나라당 방침'이라고 하는 바람에 다른 의견은 내놓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 중앙당은 시·도당에 이 같은 방침을 내렸고, 시·도당은 다시 한나라당 소속 시·도의회 의장단 및 해당 상임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하나, 기초의원 의석을 한 석도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4인 선거구를 허용할 경우 기초의원 4명 가운데 1, 2명은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에게 넘겨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두 달 동안 논의한 결과를 하루아침에 뒤집은 것이다.
이 때문에 비정파적 인사들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출 허용이란 중선거구제 취지도 무색하게 됐다.
이번 결정에는 또 광역의원이란 권위도 작용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기초의원 4인 선거구는 광역의원 선거구와 겹친다. 광역의원보다 표를 더 많이 얻는 기초의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광역의원 체면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속내를 내비쳤다.
내년 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 유권자들이 선거구 크기에 상관없이 정치적 다양성을 허용할지, 아니면 '2인 선거구'라는 도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지 선택의 결과가 주목된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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