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내년 5·31 지방선거에 나설 특정 후보자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같은 정당 소속의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든든한 우군이지만, 자칫하면 '금배지' 쟁탈전을 벌이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한구(대구 수성갑)·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은 최근 이원형 전 의원의 수성구청장 출마 움직임에 당혹해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16대 비례대표 의원이었기 때문에 지역민들과 상시 접촉할 수 있는 구청장이 되면 다음 18대 총선에서 유력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은 최근 두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 공천 협조를 부탁했지만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주 의원은 "이 전 의원은 호랑이 새끼가 아니라 이미 다 큰 호랑이"라고 말해 이 전 의원이 버거운 상대임을 시사했다.
정종복(경주) 의원도 백상승 경주시장 공천을 놓고 고심 중이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부지 선정으로 인해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백 시장이지만 김일윤 전 의원이 공천한 인물이라 재공천을 내키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공천을 주지 않았는데도 백 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 18대나 19대 총선에서는 더 힘겨울 게 분명해 실리 계산에 바쁘다.
이상배(상주) 의원은 최근 김남일 경북 문화테마파크활성사업단장의 상주부시장 임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가 젊고 경험이 없다는 점이 명분이지만 실은 상주 출신으로 상주시장 출마까지 예상되는 김 단장이 부시장으로 '활약'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의원은 활동적인 김 단장의 업무 스타일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례대표인 서상기 의원은 대구시장 선거를 위해 연일 대구를 찾아 얼굴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자칫 대구시장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차기 총선에서 대구 지역구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곤·박상전·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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