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외국인투자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확보해 둔 지역 산업단지 내 용지를 국내 기업에 일반 분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외투기업 유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성서4차 산업단지에 확보해 놓은 외투기업 용지 8천 평을 역외 기업 3곳에 나눠 분양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22일 교수, 공인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유치기업평가위원회를 열고 최종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현재 유치가 불투명한 외투기업보다 입주 희망 의사를 밝히고 있는 구미, 창원지역의 우수기업들을 붙잡는 게 '득'이라고 판단, 사업계획서를 받아 정밀심사를 벌여 입주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
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외투기업 유치 전망이 어두운 상태에서 많은 부지를 여러 곳에 나눠 남겨둘 필요가 없는데다 수도권 규제완화로 기업 유치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어서 차라리 역외 우수기업이 입주를 희망할 때 유치하는 게 낫다고 보고 이들 기업의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외투기업 유치는 삼성상용차 부지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게 내부 의견이고 방법·절차상에도 문제가 없는 만큼 평가위원회의 결정대로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투기업 용지를 일반 분양하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시가 세운 원칙을 스스로 깨고 논란의 여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타 지역의 좋은 기업을 대구에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가능성 높은 외투기업 및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일부 확보해 둔 외투기업 용지까지 일반 분양하는 것은 시가 외투기업 유치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지적.
시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반발이 적잖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외투기업 유치는 어렵고 국내의 좋은 기업은 입주를 희망한다고 해서 원칙을 깨고 일반 분양으로 전환해 버리면 앞으로 이런 경우가 생길 때마다 외투기업 부지는 조금씩 없어져 결국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라며 "다른 지역의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좋고 중요하지만 원칙을 지키면서 다른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상용차 후적지, 달성2차 산업단지 등도 외투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칫 이 같은 선례의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삼성상용차 부지의 경우 14만3천 평 중 3만 평, 8천 평 등 두 필지가 외투기업 용지로 확보돼 있지만 업종, 부지 면적 등의 이유로 외투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내년 말쯤 부지 조성이 마무리될 달성2차단지에도 아직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 투자유치단 관계자는 "삼성상용차 부지의 경우 대부분 디스플레이 관련 첨단업체인데 반해 현재 관심을 보이고 있는 외투기업은 자동차부품산업 관련 업체이고, 또 더 큰 부지를 원하는 경우도 있어 외투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달성2차 단지도 외투기업들의 '입질'이 없는데다 주거 등 인프라 준비도 없어 적극적인 유치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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