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우리 농민 11명 구속 사태를 부른 반WTO 홍콩 시위에 참가하고 나서 "홍콩은 발길질 하나만 해도 시민들이 깜짝 놀라더라"고 했다. 엊그제 홍콩 현지서 한국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농민들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왔는데 삼보일배하고, 구호만 외치려고 하니 '이거 하려고 100만 원 들여 여기까지 왔나'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쉽지 않겠지만 비폭력의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감회는 한국의 일상화한 과격 시위가 얼마만큼 법과 질서를 일탈하는가를 비로소 인식했다는 고백 같다. 사실 농민 2명 사망의 참사를 낳은 지난번 서울 여의도 전국농민대회는 폭력과 방화가 난무한 무질서의 극치였다. 경찰의 과잉 대응이 폭력을 불렀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지만 그 발단의 한쪽에는 흥분한 시위대의 밀어붙이기가 있었다. 애초부터 시위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려는 폴리스 라인은 막무가내로 뭉개졌다.
당시 시위에서 농민 600여 명이 다쳤지만 경찰 또한 218명이 부상하고 차량 19대가 불타거나 부서졌다. 이 정도면 폭력 시위고 폭력 진압이다. 한국 시위의 고질적 병폐인 폭력이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의 현장이었다. 자연히 농민들의 시위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충돌만 남았다.
무법 시위는 군사 독재 시대의 잔재다. 정통성을 잃은 정권의 폭압에 저항한 자위권적 시위 행태가 민주화 진전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주민 여론 수렴 현장인 공청회마저 합리적 의사 표시는 찾기 어렵다. 걸핏하면 점거 농성이고, 아수라장이다. 이래서는 반듯한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홍콩 경험'은 우리 시위 문화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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