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국토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정부는 지난 11월 4일 당정협의에 의해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기로 했다. 그 내용은 파주에 건설 중인 LG필립스LCD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련 업체가 파주 쪽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신규투자에 가장 피해를 보는 지역은 대구'경북이고, 특히 구미시, 그리고 대구가 그렇다. 대구'경북 시도민이 한마음 한목소리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고, 장래의 지역경제 위축에 대해 서로 걱정했다.

우리 지역이 이토록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정서는 대구'경북을 동정하거나 아픔을 같이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의 폭을 현재 8개 업종에서 25개 업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더 나아가 급기야는 차기 경기도지사를 노리는 부천시 국회의원 김문수(경북 출신) 의원과 51명의 의원이 수도권 규제를 완전히 없애는 대체입법을 발의했다. 또 그들의 논리 중 기가 막히는 것은 수도권 규제를 풀지 않아서 2010년까지 약 6조 원의 투자가 지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전경련 발표).

지역의 어려움이 중앙정부나 수도권으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문 일이었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서 이 나라가 이분화적인 갈등의 구도로 존재하게 되었는가.

전경련 발표대로 기업들은 수도권이 아니면 투자하기 싫다는 말인가. 현재의 상황이 정말 이러하다면 수도권 규제는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균형발전을 생각하고 이것이 국가 경쟁력 제고의 유일한 길이라면 지방으로의 투자 유인책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문제는 어려운 학문과 논리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증적으로 증명되고 인정될 때는 시간이 걸리고 아픈 상처가 남을 수 있지만 훨씬 설득력 있고 공감대 형성도 쉽다. 일찍이 프랑스가 '파리 밖은 사막이다'라는 국토발전의 잘못을 깨달은 후 이를 고침으로써 국가 경쟁력 제고에 성공하는 강국으로의 면모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과,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는 스위스 제네바는 인구 20만도 되지 않는다는 것 등 실증적 벤치마킹 자료는 이 지구촌에 무지막지할 만큼 많다.

결국 수도권 규제를 해야 지방으로의 투자가 되고, 기업의 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 수도권에 투자 허용을 해야만 한다면 분권, 분산, 균형발전은 차지하고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해왔던 수도권 과밀화 해소 정책조차도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 지방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정책은 해오지 않았고, 했다면 실패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또 전경련 말처럼 지방은 무엇을 하였는가라고 반문한다면 지방과 국가재정은 2대 8밖에 되지 않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대한민국 지도를 펴고 보라. 남해고속도로를 제외하고 비수도권 사이를 제대로 이어주는 SOC(사회간접자본)가 있는가를 묻고 싶다.

지금은 별 힘도 못 쓰는 '김문수 법안'도 내년 5월 지방선거와 2년 후 대선 때는 어떻게 변해서 우리의 생존줄을 비틀지 모른다. 그 때도 반대 투쟁만 할 것인가. 이제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청사진을 만들고,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중앙정부와 투쟁에 나서야 한다.

1천300만 명이 사는 영남권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지역으로 변모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어떻게 중앙정부에 요구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하자. 단견적인 발상은 안 되지만 그리 오래 끌어서 나올 대안도 아니다. 당장 많은 공감대가 있는 영남권 신공항, 군산과 포항을 잇는 고속도로의 재구상을 비롯해 접근성과 물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각 지역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한 대안 형성에는 대구경북연구원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와 지역 각 대학의 역할은 단순히 중요한 것을 넘어 우리지역의 삶과 죽음을 가를 만큼 절박하다.

조진형 금오공대 교수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