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상화하택(上火下澤)

역(易)의 핵심은 변화에 있다. 끊임없이 바뀌는 변화와 생성의 원리를 가르친다. 변화는 삶의 원리이기도 하다. 날마다 같은 날이 없다. 좋다가도 금새 실증이 나고 싫다가 좋아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변화는 고달픈 삶에겐 희망을 준다. 오늘과 다른 날이 온다는 믿음으로 고난을 견딘다. 대신 지금 즐거운 이에겐 조심을 일깨운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이치를 생각하면 오늘 잘 나가는 삶은 아찔하기도 하다.

◇각종 언론매체에 칼럼을 쓰는 교수들이 올해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상화하택(上火下澤)을 뽑았다. '위에는 불, 아래는 물'이라는 말로 갈등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형상으로 치면 솟구치는 불은 위에 있고 아래로 흐르는 물의 자리는 밑이다. 물과 불이 제각각 따로라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꼬집었다. 지난해와 그전해 당동벌이(黨同伐異) 우왕좌왕(右往左往)에 이은 표현이다. 이념과 빈부 갈등에서부터, 지역'정파'노사 등 서로 다른 집단끼리의 양보없는 싸움이 올 한해의 우리 사회 모습이었던가.

◇상화하택은 주역에서 나온다. 화택규 괘의 모습이다. 불은 타서 위로 오르고 물은 아래로 내려가는 반목의 괘다.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 뜻이 맞지 않고 서로 다가서지도 않는다. 그래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로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화택규 괘는 변화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서로 다른 존재의 가치를 알게 한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있을 수밖에 없는 이치를 가르친다.

◇변화는 주역의 원리이자 교훈이다. 화택규 괘의 교훈은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라는 데 있다. 대립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화합의 싹을 키우라는 말을 전하고 있다. 세상은 나와 같은 존재만이 사는 것은 아니므로 나와 다른 주변을 살피는 안목을 키우라고 한다. 다른 생각과 행동에도 뜻이 있음을 인정하라고 한다. 다르면서도 같이 사는데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올해의 말로 애(愛)를 뽑았다. 반목을 택한 우리와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난다. 극과 극은 서로 통하는 법이다. 세상 이치도 그렇다고 한다. 은혜에서 원수가 나오고 원수가 은인이 된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의 갈등 역시 영원하지 않다면 지금은 내일을 위한 단계일 수도 있다. 찢어진 다음 찾아올 시간의 화두는 봉합이다. 그 봉합의 시간이 새해에 활짝 열리기를 기원해 본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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