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한반도 건너편

아득히 사막이 불타는 땅

모래바람이 분다

낙타는 뜨거운 사막을

조금도 움츠리지 않고

풀 한 포기

한 뼘 그늘조차

허용하지 않는 무서운 형벌

갈증의 모래 언덕을 넘기 위해

낙타는 서로 다른 크기의

산봉우리 같은 육봉을 짊어지고

제 스스로 자기의 그늘을 만들며

가끔씩 울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뜨거운 모래 바람 속에서도

낙타는 침을 흘리지 않는다

이유환(1950∼) 낙타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래의 지평선뿐인 타클라마칸 사막을 통과해 본 적이 있습니다. 머리 위의 태양은 붉은 혀를 낼름거리고, 모래밭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습니다. 주변의 높은 모래 언덕에 올라가서 다른 곳을 조망해 보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모래뿐입니다. 식물의 흔적이 있었으나 아주 오래 전에 말라죽어 미라처럼 그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그 사막 한 가운데 서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 사막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사막의 모래밭을 밟고 뚜벅뚜벅 자신의 앞길을 헤쳐가는 저 낙타는 바로 우리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닌가. 날카로운 가시가 돋은 소소초(일명 낙타풀)를 씹는 낙타의 혓바닥에서는 피가 흐릅니다. 줄곧 날아오는 모래는 눈을 쓰라리게 합니다. 발은 자꾸만 모래 속으로 푹푹 빠져듭니다. 대열에서 혼자 떨어지거나 쓰러지면 그 자리에서 곧 죽음을 맞이합니다. 우리 인간의 삶도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의 표상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우리가 숙명처럼 지니고 가야 할 마음의 사막이 들어 있답니다. 여러분의 사막을 부디 사랑하십시오.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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