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상 규명…젊은 과학도들이 '등불' 밝혔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을 서울대가 공식 확인함에 따라 이번 진상 규명에 산파 역할을 한 젊은 과학기술인과 누리꾼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까지만 해도 황 교수팀은 논문 조작 혐의를 부인하며 재검증도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내 과학계도 "과학자들이 향후 자체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맞다"며 미온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5일 생명과학 연구자들의 커뮤니티 생물연구정보센터(BRIC)에서 한 회원이 논문의 사진이 조작됐다고 글을 올리자 사태가 급반전됐다.

이 글은 이공계 전공자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과 디지털카메라 동호인 사이트인 DC인사이드 등에 동시 게재되며 누리꾼들의 최대 화제가 됐다.

6일에는 '지방대의 박사과정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다른 BRIC 회원이 논문 속 DNA지문 데이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분석한 장문의 글을 공개했다. DC인사이드에는 새로 발견된 논문 속 조작 사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중들의 지지를 업고 있다고 자부하던 황 교수에게 '치명타'나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여론이 들끓자 학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대의 생명과학 관련 교수 30여명은 정운찬 총장에게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논문 하자 없음'을 외치던 사이언스도 입장을 선회해 데이터 재확인을 요청했다.

황 교수팀은 11일 '조작 의혹은 어불성설' 입장을 접고 서울대에 재검증을 요청했다.이날 총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가 열리고 서울대 조사위원회 구성이 전격 결정됐다. 진상 규명의 제도틀이 잡힌 것이다

BRIC의 한 운영자는 "과학의 성실성과 정직성을 원하던 연구자들과 일반인들의 목소리가 모여 과학계의 자정작용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생명과학도로서 이번 사태는 유감이나 과학을 합리적으로 검증하는 제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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