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약졸/박석지음/도서출판 들녘 펴냄
중국은 긴 역사와 거대한 영토 그리고 다양한 민족 구성 만큼이나 그 문화도 방대하다. 유교,불교,도교를 포함한 종교와 음악,미술,건축,문학 등에서 그 폭과 깊이는 우리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중문학 교수이자 명상가로 널리 알려진 박석 교수(상명대 중국어문학과)는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대교약졸'(大巧若拙)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관점에 따라 중국문화의 흐름을 읽는다. 박 교수 자신이 몸소 명상으로 깨달은 대교약졸의 의미를 자신의 전공인 중문학을 포함한 중국문화에 접목시켜 중국문화의 특징과 흐름을 정리함으로써 거대한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대교약졸'이란 도덕경 45장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큰 솜씨는 마치 서툰 것 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대교약졸은 노장(老莊)사상의 중요한 심미(審美)이론의 하나이다. 그 가운데서도 인위적 기교미(技巧美)를 최대한 배제하고 무위자연의 졸박미(拙樸美)를 중시한다.
하지만 박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 속에 나선형적 논리구조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나선형적 논리 구조는 단순한 일직선적 발전이나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회귀의 의미가 아니라, 이 둘을 아우르는 즉 발전과 회귀를 반복하는 구조를 지닌다.
이는 헤겔의 변증법의 구조와 닮아있다. 그러나 헤겔의 변증법이 모순과 갈등을 통합하는 발전적 모습을 보이는 반면, 대교약졸은 안으로는 모순·대립되는 양자를 통합하지만 그 겉모습에서는 초기 상태로 다시 돌아오는 순환적인 회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대교약졸의 미학적 특징으로 박 교수는 정련된 소박미, 심오한 단순미, 숙성된 평담미, 분산된 통일미, 배경과의 조화미를 들고 이를 중국문화의 각 영역에 적용시킨다. 박 교수의 저서 '대교약졸'이 다루고 있는 중국문화의 영역은 문학,회화,음악,건축,태극권,선종,유교이다.
그리고 각 문화 영역들이 가진 특징을 이와 대별되는 서양문화와 비교하면서 그 흐름을 대교약졸의 관점에서 상고시대부터 청(淸)대까지 네 시기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상고시대에서 한(漢)대까지는 중국문화의 기본 틀이 잡히는 시기로, 위진남북조시대에서 당(唐)대 전기까지는 졸(拙)에서 교(巧)로 나아가는 시기로, 당대 후기에서 송(宋)대까지는 교에서 대교약졸로 나아간 시기로, 원·명·청대는 파괴와 복고 그리고 정리의 시기로 구분지어 각각의 영역을 살펴본다.
또한 대교약졸의 의미를 중국문화에만 한정하지 않고 우리 문화와 현재 인류문명에까지 확장시킨다. 서양문화보다 중국문화에서 대교약졸의 미가 잘 드러난다면 상대적으로 중국문화보다 우리 문화에서 대교약졸의 미가 잘 드러나 있음을 살피고, 거시적 관점에서 현대 자본주의 문명이 불러온 문제점의 대안을 대교약졸에서 찾아 제시하고 있다.
거대한 중국문화를 독특한 하나의 관점으로 서술한 이 책은 중국문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훌륭한 길잡이다. 뿐만 아니라 서양문화와 한국문화, 나아가 인류문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관점도 제공해 준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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