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대구시의회 '날치기'

경북도의회와 대구시의회가 '시'군'구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 정수에 관한 개정 조례안'을 변칙 통과시켰다. 말하자면 '날치기'다. 선거구 획정위원회서 만든 기초의원 선거구와 의원정수를 한나라당 의원들이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면서 촉발된 정치적 파동이 결국 날치기까지 부른 것이다.

어제 경북도의회의 경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당원 50여 명이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 출입문을 원천 봉쇄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입장을 시도하자 심한 몸싸움을 벌이며 진입을 막았다. 의장은 의장실에 갇혀 있었다. 의원들은 3, 4차례에 걸쳐 본회의장 입장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농정위 회의장으로 옮겨 선거구획정안을 기습 통과시켰다. 열린우리당은 '날치기 통과, 원천 무효'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의회서도 오늘 오전 6시 이 같은 양상이 재연됐다.

중앙 정치판을 꼭 빼닮았다. 중앙 정치권에 묻는다. 만족한가? 지방선거법 등 관련법 개정이 중앙 정치의 추악한 모습들을 그대로 지방에 옮겨 심을 것임은 애초부터 예견돼 온 일이다. 지방자치를 한 단계 성숙시키고 책임 정치를 하겠다는 명분을 내놨지만 한국적 정치 현실을 악용하려는 궤변일 뿐이다. 중앙 정치의 모리배들이 자신들의 사익과 당리당략을 위해 만든 합작품,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공천제와 유급제가 특히 문제다. 지방자치에서 무보수 명예직은 간단히 버릴 일이 아니었다. 남이 도와주지 않으면 먹고살 능력 없는 사람, 일할 능력 없는 사람은 지방 의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깨끗한 봉사자, 존경받는 사람이 지방 의원을 하고 그런 사람이 국회로 진출할 때 비로소 한국의 정치는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중앙 정치는 지방에 때를 묻히지 않아야 했다.

유급제로 먹고살게 해줄 테니 내 밑에서 놀아라는 게 공천제 아닌가.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이 기초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일렬로 세워 위세를 부리고 편의를 챙기겠다는 욕심이다. 그것은 조폭식 발상에 다름 아니다. 주민들은 그 아래에서 세금이나 내고 하나마나한 투표나 해야 한다? 중앙 정치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지방자치를 성숙시키고 책임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는가. 개정 지방선거법이 부른 추악한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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