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사활동서 만난 4명, 1년간 모은 용돈 난치병 환자에

고교생 '아름다운 선행'

헌트증후군(MPS)이란 희귀 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재호(13·대구시 남구 봉덕동)에게 26일,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왔다.손님들은 '십시일반 사랑의 고리맺기 봉사단' 소속 고교생 4명. 손엔 쌀과 밑반찬, 그리고 하루 하루 빠듯한 용돈을 쪼개 모은 정성이 담긴 봉투가 들려져 있었다.

'십시일반 사랑의 고리 맺기 봉사단'은 지난 3월 지역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것이 인연 돼 만들어졌다."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 하던 어느 날 '이 곳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하다'는 얘기를 듣게 됐어요. 복지시설에도 못 들어오는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지요. 그런 분들을 찾기 위해 대구 남구보건소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대륜고 2년 장영준)

"우리 용돈을 1년간 모아 어려운 분들에게 나눠주자는 의견을 냈지요. 큰 돈은 아니지만 받는 분들에게는 가치가 더욱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경신고 2년 김재영)

이들은 부지런히 용돈을 쪼개 은행 통장에 차곡 차곡 쌓았다. 버스비, 군것질비, 명절 때 친척으로부터 받은 돈 등을 악착같이 아꼈다.처음엔 몇만 원이던 것이 몇 달이 지나면서 눈덩이마냥 불었단다. 결국 이들이 모은 '티끌'은 246만 원이라는 '태산'이 돼 어려운 이웃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준 셈이 됐다.

우재준(대륜고 2년) 군은 "학교에만 있는데 돈 쓸 일이 어디 있느냐"며 "적지만 좋은 일에 쓰인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영준 군은 이날 고무호스를 입에 낀채 방에 누워만 있는 재호를 보고 울먹였다. "그동안 조그만 일에도 부모님께 짜증냈던 일이 너무 후회가 됐어요. 건강하게 잘 키워주신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인데. 재호의 얼굴을 보면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봉사단 막내 김이제(청구고 1년) 군은 "넉넉함을 나눠 부족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배웠다"며 "봉사활동에 대한 소문을 듣고 함께 동참하려는 주위 친구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봉사단과 어려운 이웃 간 사랑의 고리를 맺어준 남구보건소 조영길 건강증진담당자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기초생활 보호대상자 혜택을 못받는 이웃이 남구에만 1천 500여 명이나 되는데 학생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너무 기뻤다"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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