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려지는 아이들…사회적 관심도 싸늘

생활고, 가정폭력, 미혼모 출산 등으로 '고아 아닌 고아'가 매년 1만 명씩 양산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차갑다.

올해 대구에서 버려진 아이는 650명. 4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으나 시설·지원금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2005년을 보내면서 올해 SOS아동보호센터에 입소한 아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되돌아 보고 2006년에는 이런 아이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현대판 '늑대소년'=명수(가명·11)의 엄마, 아빠는 노숙자였다. 5년 전 아빠는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명수는 역 대합실, 지하차도, 학교, 철로변 주위를 떠돌며 세상을 배워나갔다. 역 대합실의 TV만이 명수의 유일한 장난감이었다. 엄마가 지난 5월 대구의 한 정신병원 병동에 입원하자 아동일시보호센터로 보내졌다.

명수는 현대판 '늑대소년'이었다. 처음 보육사가 칫솔을 갖다줘도 어디에 쓰는지도 몰랐다. 샤워기 앞에서 물을 틀 줄도, 온도를 조절할 줄도 몰라 "찹다! 뜨겁다!"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 일쑤였다.

음식은 대개 '처음 먹어보는 것'들이었다. 명수는 한번 말을 시작하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 방송인 흉내를 주로 내면서 그치지 않았다. 명수의 손짓, 발짓, 고갯짓 하나하나가 연예인 누군가와 닮아 있었다.

6개월이 지난 요즘, 명수는 컴퓨터에 빠져 살지만 절제할 줄 알고 선생님 물음에 어느정도 대답할 수 있게 됐다.

△한달에 두번씩 버려지다=진철(가명·4)이는 아빠에게서 두차례나 버림받은 아이다. 지난 8월 진철이는 대구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발견됐다. '아이를 잘 키워달라'는 쪽지가 놓여져 있었다. 경찰은 닷새 만에 혼자 사는 아빠를 찾아내 아이를 돌려보냈다.

아빠는 며칠 후 아이를 봐준다는 60대 노부부의 광고를 보고 또다시 진철이를 맡겼다. '잠시만 맡아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아빠는 사흘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노부부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빠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한달 새 2번이나 아빠로부터 버림받은 진철이의 상처는 컸다. 폭력, 몸무림 등 과잉행동을 수시로 보였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먹을 것은 닥치는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미혼모가 내다버린 형제=올 초 입소한 재환(가명·8), 덕환(가명·6) 형제. 유부남 아버지와 처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 형제는 '고아 아닌 고아'가 됐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존재를 모른 채 했고 엄마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 여관, 여인숙을 전전하다 엄마가 사기 등의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위태롭던 가정도 깨졌다.

형 재환이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가장 사랑하지만 죽도록 미운 사람은 '동생'이라고 했다. 재환이는 동생에게 애증의 '양가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다. 동생 덕환이 또한 학습장애를 겪고 있었다. 얼마 전 출소한 엄마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다.

SOS아동보호센터 정해수 원장은 "아이들은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사회의 갖은 편견에 시달리고 자폐, 우울증, 학습장애 등 심리적 상처까지 안고 있다"며 "하지만 수술비나 심리치료 등에 필요한 의료서비스 혜택도 없는데다 인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받은 충격으로 인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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