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저가 대 프리미엄 이원화 판매전략

외환위기 이후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소득 양극화에 따른 소비 양극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는 물론 유통업체들도 기본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초특가 제품과 고가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이원화하고 있다. 백화점에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의류가 있는 한편 모퉁이를 돌면 초특가 상품이 진열돼 있다. 식품매장에서도 조금 흠집이 있는 야채과 과일을 따로 담아 파는 코너 곁에 일반 상품보다 2배 이상 값이 비싼 유기농 제품 진열대가 있다. 10만 원 이상 고급와인 판매와 함께 1~2만 원대 와인 판매도 활발하다. 오히려 5만~7만 원대의 어중간한 와인 판매는 저조하다.

▨무조건 싼 게 좋아

백화점은 창업기념, 바겐세일 등 특별행사를 이용해 노마진에 가까운 초특가 상품행사를 펼친다. 대구백화점 본점의 경우 1971년에 진행된 대백 첫 바겐세일 가격 수준의 특별 한정판매를 지난 2003년에 펼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 콜라(250㎖), 흑설탕(1㎏), 밀가루(1㎏), 라면 등을 1971년 가격수준인 30원에 판매해 개점 30분만에 상품 판매가 끝났다. 작년에는 창업 60주년을 기념한 '60 상품전'을 통해 티셔츠 600원, 드레스셔츠 6천 원, 여성코트 6만 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4차례나 진행했고, 올해는 '1·2·3 대전'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1천 원, 2천 원, 1만 원 등에 판매해 호응을 얻었다. 대구백화점 본점 지원팀 심상각 대리는 "특별행사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불과하지만 방문 고객구성은 15~16%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했다.

화장품 업계에도 양극화는 뚜렷하다. 해외 및 국내 유명브랜드가 벌이던 경쟁시장에 초저가 화장품이 뛰어들어 두드러진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판촉 전략도 뛰어난데다 의심어린 눈길로 저가 화장품을 바라보던 고객들까지 만족시킬 정도로 품질도 뛰어났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은 지난달 25일 '더 페이스 샵' 코너를 신규 입점해 샤넬, 헤라, 오휘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 화장품과 차별화된 판매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다. 수익률만 따지면 고가 제품이 우선이지만 다양한 고객 유치차원에서 이뤄진 결정.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패스트푸드 업계의 가격 인하는 더욱 치열하다. 심지어 롯데리아는 4천 원짜리 햄버거 세트메뉴를 먹으면 4천 원짜리 휴대폰 무료통화권을 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공짜로 햄버거를 먹는 셈. 물론 업체는 휴대폰 무료통화권을 액면가의 30%선에 구입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공짜는 아니지만 파격적인 판촉전략임에는 틀림없다. 맥도날드도 4천원이 훨씬 넘는 세트 메뉴를 점심시간에 한해 3천 원에 판매한다.

동네 배달업체들도 초저가 판촉을 펴기는 마찬가지. 치킨을 두 마리씩 배달해주는 업체, 또는 한 판 가격에 두 판을 주는 피자업체 등도 최근 말 그대로 뜨는 업종이 됐다. "아무래도 맛이나 품질이 떨어질거야"라고 생각했던 소비자들도 한번 시켜먹어보면 절반 이하의 가격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맛을 즐길 수 있다며 호평을 보내고 있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한다

최근 가전업계에선 값싼 중국산 제품의 공세가 거세지자 국내 가전사들은 프리미엄 카드를 내세웠다. 조금만 돈을 더 내면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녹화기능이 내장된 PDP TV나 트윈홈바 기능을 갖춘 양문형 냉장고 등이 대표적인 사례. 최근엔 세계 최초로 15㎏ 대용량의 드럼세탁기까지 선보였다. 원격조정이 가능하고 스팀분사로 구김완화, 열풍분사로 탈취효과까지 갖추고 있다. 가격은 160만 원대로 일반 세탁기의 2배 가깝지만 프리미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삼성전자 매장 이정화씨는 "기존 드럼세탁기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좋다"며 "편리성이 보장된다면 금전적 부담도 감수하는 것이 프리미엄 고객의 특징"이라고 했다.

침대와 일반 가구도 극과 극을 달린다. 최근 선보인 700만 원대 고급침대의 경우 원터치 버튼으로 자유자재의 각도조절, 안마기능, 강조조절, 자동타이머 등의 기능뿐만 아니라 최고급 원단을 소재로 한다.

해외 수입명품의 경우 동일 브랜드에서 '블랙라벨'을 선보여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블랙라벨'은 같은 브랜드에서 소재나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만들고 색깔이 다른 라벨을 붙여서 판매하는 가격 이원화 전략. 초기엔 의류에 부착된 검정색 라벨을 지칭하는 개념이었지만 일부 해외브랜드는 브랜드 이름에 블랙라벨을 붙여 소재와 가격을 높이고 있다. 대백프라자점 잡화팀장 최일봉 과장은 "블랙라벨 제품은 고가전략을 통해 희소성과 고품격 이미지를 부여하는 등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품질을 중요시하는 소비경향이 확산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식품류도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청과의 경우 이마트는 '이-후레쉬'(E-fresh)라는 자체 브랜드로 프리미엄 국내산 과일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후레쉬 과일은 친환경 과일과 비파계 당도선별기를 통해 선별한 과일. 일반 상품보다 평균 15% 이상 가격이 비싸지만 작년에 비해 매출액이 2배 이상 신장했다. 또 기능성 돼지고기의 경우 가격이 20~30% 정도 비싸지만 맛과 건강을 고려하는 소비자층이 두터워지면서 매출비중도 차츰 늘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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