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꽃미남'을 떠나 '터프'해 보이는 그에게로 갔다. 이제 한국 남성들은 '꽃 미남'으로 통칭되는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에서 강한 남성, '위버섹슈얼'(uebersexual)로 새롭게 무장해야 할 판이다. 대학생 이미현(22'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메트로섹슈얼은 인위적이고, 포장된 느낌이 많이 드는 반면 위버섹슈얼은 자연스러움과 듬직한 느낌이 들어 좋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위버섹슈얼이 메트로섹슈얼보다 좀 더 현실적인 남성상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광고'홍보회사 JWT의 전략콘텐츠 책임자인 매리언 샐즈먼이 앤 오라일리 등 여성 동료 2명과 함께 쓴 저서 '남자들의 미래'(The Future of Men)에 소개하면서 '위버섹슈얼'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위버섹슈얼'의 '위버'(ueber)는 '더 높은, 더 나은'을 뜻하는 독일어이다. 그는 수 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전까지 모성본능을 일으키던 조각 같은 꽃미남들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 여성들은 약간은 거친 듯하며, 넓은 가슴으로 자신을 보호해 줄 것 같은 듬직한 남성들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서에서 샐즈먼은 "위버섹슈얼은 자신감, 지도력, 정열, 자비심과 같은 남성의 긍정적인 면을 지니면서도 남성의 흔한 약점(여성에 대한 경멸, 감정적 공허감, 문화적 소양부족 등)을 극복한 사람들이다"고 설명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메트로섹슈얼'이 대세였다. 수많은 여성들이 하얀 피부에 조각 같은 꽃미남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2년 전 새로운 남성상으로 등장했던 '메트로섹슈얼'은 대도시나 그 주변에 사는 20, 30대 남성들로 경제력이 있으며,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을 일컫는 용어.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안정환, 강동원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메트로섹슈얼'은 피부 관리나 헤어스타일, 나아가 성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패션감각이 뛰어나며, 음식과 문화의 마니아들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들의 화려한 외모와 연약함에 싫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위버섹슈얼'은 일부러 멋을 부리지 않아도 멋이 날 뿐 아니라, 자신감이 넘치고 여성에게는 자상한 감성적인 남자들이다. 샐즈먼은 '위버섹슈얼'을 나타낸 최고의 인물로 그룹 'U2'의 보노를 꼽고 있으며, 미국 배우 조지 클루니와 이완 맥그리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아놀드 슈워제너거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 영화 '007시리즈'의 주인공 피어스 브로스넌, 부동산 갑부 도널드 트럼프 등을 '위버섹슈얼'의 사례로 거론했다.
국내에선 '프라하의 연인'의 김주혁이 대표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김종국, 비 등이 손꼽힌다.
주부 김선정(34'대구시 달서구 본리동)씨는 가수 김종국을 위버섹슈얼의 전형으로 꼽았다. 그는 "꽃 미남 연예인들은 너무 번지르르 해 보여서 인기가 시들고 있는 것 같다"며 "김종국은 잘 생긴 얼굴이 아니지만 남성미가 넘치고 노래를 부를 때나 말할 때에는 아주 감미로워서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위버섹슈얼'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과 데일리 메일 등 세계 유수의 신문들은 전면을 할애해 '위버섹슈얼'을 다루고 있으며 패션업계, 광고계, 연예계에선 이를 상품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샐즈먼과 그 동료들이 여자 친구와 같은 향수와 머리 염색약을 사용하는 '메트로섹슈얼'을 이상적 남성상으로 제시한 것은 불과 2년여 전의 일이다. '위버섹슈얼'의 출현,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업주의의 그림자는 아닐까. (2005년 12월 29일자 라이프매일)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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