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에 또 큰 불…점포 1천개 태워

대구경북지역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서 29일 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 점포 1천여 곳을 모두 태우는 초대형 피해를 낳았다. 이날 불은 무려 1천900여 곳의 점포를 태워버린 1975년 11월 서문시장 대화재 이후 꼭 30년만에 또다시 재연됐다.

재산피해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이날 화재는 삽시간에 번졌고, 소방관들의 진화작업은 역부족이었다.

무려 10시간 넘게 계속된 뒤 진화된 이날 불은 '고질적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화재 발생= 29일 밤 10시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2지구 상가에서 불이 났다.

경찰과 대구소방본부는 2지구 1층에서 불이 최초 발화된 것으로 추정했으며 불은 순식간에 2, 3층으로 번졌다.

불이 나자 대구소방본부는 소방차 80여 대와 소방대원 170여 명을 동원, 밤샘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불길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 소방관들은 최초 출동 당시 상가 셔터가 모두 내려져 있어 내부진입이 어려웠던데다 상가 내부의 상품 적재물이 워낙 조밀하게 쌓여있어 불길을 좀처럼 잡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관련, 일단 상인들이 모두 퇴근한 뒤 발화된 점으로 미뤄 전기합선 또는 누전 가능성쪽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다.

◆걷잡을 수 없었다= 화재 발생 1시간30분이 지난 29일 밤 11시30분. 기자가 소방관들을 따라 아직 불이 붙지 않은 2지구내 점포로 뛰어들자 점포와 점포 사이 통로는 채 80cm도 되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점포는 화마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화재 확산을 막는 점포 사이의 방화 셔터는 아예 없었고 점포 사이에는 원단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소방관들은 "화학섬유 원단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때문에 내부 진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겨우 불길을 잡아도 원단과 원단이 붙어 있는 공간에서 속불이 연이어 발생, 같은 장소에서 여러번 진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안전 불감증 재연= 상인들은 한결같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재에 대비, 3년전 점포마다 수백만 원씩을 투자해 상가 전체에 스프링클러를 달았지만 이날은 물이 전혀 뿜어나오지 않았다는 것.

한 상인은 "한 번도 스프링클러를 점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고장이 났는지, 다른 사정이 있는지 도무지 알길이 없다"고 발끈했다.

불이 난 2지구 건물은 지난달 초 민간 소방점검업체로부터 소방점검을 받으면서 화재감지기와 유도등 이상이 발견돼 설비를 보완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2지구에 설치된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 등 소방장비가 정상 작동했는지 등 소방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또 지적사항에 대한 보완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피해 규모= 2지구 상가에는 모두 1천여 곳의 점포가 밀집, 이들 점포가 전소됨으로써 재산피해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연면적이 6천36평에 이르는 이 건물은 지하1층에 식당가 및 대형마트가, 1층엔 침구.의류 상가, 2.3층엔 원단 및 포목 상가가 있다. 대부분 상가 내부에 상품을 적재해둔 상태여서 상품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보이며, 각종 회계장부 등도 함께 소실된 경우도 많아 무형의 피해도 엄청나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 29일 밤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에서 연기가 상가건물을 휩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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