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방관들이 전하는 화재 참상과 진화과정

"저희도 사람입니다.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데 어찌 겁이 나지 않겠습니까."

대구 서문시장 대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서문시장 내 대신소방파출소 소방대원들은 화재 현장만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화재 신고가 들어온 건 29일 오후 9시56분. 서문시장 2지구 경비실과 연결된 상황실 단말기에 화재 신고가 접수되자 파출소엔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길수(37) 소방교는 "출동 당시 화재 현장은 마치 아궁이에 불을 지피듯 1층에서 번져오른 불길이 2층으로 넘나들고 있었다"고 했다. 박 소방교와 다른 대원 1명이 지하 식당에 사람들이 있음을 직감하고 뛰어내려갔고 다른 대원 2명은 북편으로 소방호스를 펼쳐냈다.

소방대원들은 곧 화재 현장 진입을 시도했다. 지름 65mm 소방호스를 들고 들어간 현장은 화염 그 자체였다. 박 소방교는 "쏟아붓는 열기를 피해 낮은 자세로 3~4m쯤 전진하자 엄청난 열기가 몸을 에워쌌다"며 "엄청나게 센 검은 유독성 연기로 50cm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산소호흡기가 불길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5분. 소방관들은 수십 차례도 넘게 산소호흡기를 충전해가며 현장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섬유원단이 불에 타 딱딱해지는 바람에 불은 원단 안에서 계속 살아있었고, 잦아들었다 번지기를 반복했다.

불길은 이내 3층까지 점령했고 소방관들은 유독가스와 연기로 가득찬 건물 내에 물을 뿌렸지만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성윤(37) 소방교는 "화염을 향해 물을 뿌리고 싶어도 연기가 너무 짙어 어디에서 불이 붙고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박 소방교는 "소방차의 물이 동이 나 소화전에서 직수관을 통해 물을 끌어쓰는 통에 소방파출소 건물에는 아직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30일 새벽 1시30분쯤 옆 건물 3층으로 불이 옮겨붙었고 수 차례 진입을 시도하며 건물 밖에서 물을 계속 뿌렸지만 2지구 상가 전체가 잿더미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 대구 동부소방서 김상배 소방교가 30일 낮 12시20분쯤 2지구 동편 3층 철제 계단에서 소방호스를 옮기는 작업 도중 3m 아래로 추락,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며 달서소방서 도연회 소방장도 과로로 병원에 후송됐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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