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은 12간지의 11번째 동물인 개의 해다. 시간으로는 오후 7시에서 9시, 방향으로는 서북서, 달(月)로는 음력 9월에 해당된다.
예로부터 개는 인간의 친구였다. 인류역사이래 어떤 동물보다도 가깝게 지내왔다. 우리나라는 물론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시대와 나라마다 각종 장식물과 벽화에 등장한다.
또한 집지키기, 사냥, 시각장애인 안내견, 호신 역할은 물론 잡귀와 병도깨비 등 재앙을 막고 집안의 행복을 지켜주고 헌신하는 상징이었다. 인간에 대한 충직한 성품은 눈물겹다.
의견(義犬)설화와 의견 동상, 의견 무덤 등의 미담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전승된다. 의리와 충성, 용맹의 상징인 전북 임실 오수리의 누렁이는 주인대신 살신성인했고, 경북 선산 낙산리 개 무덤에서 보듯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견마지로의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회자된다. 옛 그림에도 개 그림이 많이 나옴은 물론이다.
민속에서는 나쁜 악귀가 들어오면 개가 미리 알아보고 쫓아낸다고 믿었는데, 이때 하얀 색을 가진 개가 더 영험하다고 보아 흰 개를 선호했다. 다산을 상징하는 누런 개는 농가에서 주로 길렀는데 누런 색이 풍년을 나타내는 것과 관련이 있다.
개는 국민성을 닮는다고도 한다. 영국 토종 불독은 착실하고 집요한 영국사람을, 세퍼드는 이지적인 독일사람을, 푸들은 유쾌하고 낙천적인 프랑스 사람을 닮고 있다고 한다. 우리 선조는 개가 오륜을 안다고 굳게 믿었다.
시인묵객들은 이 같은 개의 장점을 놓치지 않았다. '지조 높은 개는/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어둠을 짖는 개는/나를 쫓는 것일 게다/' 윤동주는 '또 다른 고향'에서 개를 암흑기를 지키는 지식인에 비유했다.
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개살구' 등 개를 빗댄 욕지거리.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들은 애정을 갖고 개를 대한다. 이렇듯 개와 사람은 아끼고 사랑하며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 왔다. 요즘은 집안에 웃음을 제공하는 애완견들이 예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하니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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