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요, 정말 정말 기쁜 일만 생겼으면 좋겠어요. 음…엄마, 아빠 사랑해요."
여느 농촌아이들과 다름없이 들판에 풀어놓으면 사방천지를 앞마당처럼 뛰어다니지만 말을 걸면 금방 부끄러워하며 어눌해지는 완수(9), 찬수(8), 동수(5) 삼형제.
전형적인 한국 농촌인 경북 봉화군 상운면 가곡1리에 사는 이들 삼형제는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엄마인 파차니 바우패스(40) 씨는 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농촌으로 시집와 올해로 11년째. 이제는 재래식 아궁이에 장작을 넣는 솜씨가 어색하지도 않고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도 익숙하게 끓여낸다.
농촌총각들과 동남아 처녀들의 국제결혼은 곧잘 문제를 불러일으켰지만 바우패스 씨네는 시부모와 함께 7가족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우리나라 농촌 가정이다.
바우패스 씨는 "올 해는 정말 뭔가 잘 될 것 같아요. 지난해 신문(본지 7월 29일자 보도)에 난 뒤 방송에도 나가 얼굴이 알려지는 바람에 유명해졌어요. 시집온 지 처음으로 다섯 식구 모두 태국 친정에 갈 계획도 세우고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라며 즐거워했다.
남편 정의양(45) 씨도 "지난 세월동안 시부모 모시고 잘 살아줘 정말 고맙다. 마음으로 낳아, 사랑으로 키운 세 아들을 위해 새해에도 더욱 정겹게 삽시다"라며 팔로 하트를 그려내 보인다.
시아버지 정점교(77), 시어머니 이옥연(68) 씨도 "낯선 땅에 시집와 마음 고생이 많았겠지만 이국 며느리 덕에 온 집안이 밝아졌다"며 대만족이다.
"우리 엄마는요…" 말을 꺼내다가 얼굴이 발개지며 훌쩍 달아나버리는 찬수는 때이르게 꺼내입은 한복이 영 어색한지 몸을 들썩였다. 맏형인 완수가 마무리를 짓는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메마른 농촌들길 달리는 코시안 어린이들-우리가 지키지 못한 농촌. 그 메마른 대지 위를 완수, 찬수, 동수 형제가 달린다. 정의양 씨가 태국 출신 파차니 바우패스 씨와의 사이에 둔 삼형제다. 탈농촌시대. 신년에는 불꺼진 농촌에 이 아이들의 환한 웃음만큼이나 밝은 미래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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