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스무 네 해를 맞는 한국의 프로야구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프로야구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프로야구는 오프 시즌에도 끊임없이 야구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가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트레이드 시장의 활성화다. 각 팀의 간판 급을 포함한 스타플레이어들의 트레이드는 오프 시즌의 큰 흥미 거리다.
지난 몇 년 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국내의 트레이드(FA 포함) 시장이 이번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예년과 다를 바 없이 연일 스타들의 팀 이동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지상 최대의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번 겨울에도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양키스가 앞서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보스턴의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자니 데이먼은 내년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까. 보스턴과 양키스가 '앙숙'이란 국내 정서로 본다면 데이먼의 양키스행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라이벌 팀으로 옮겨가는 데이먼도, 충분히 그를 잡을 수 있는데도 잡지 않는 보스턴이란 팀도 연구대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데이먼은 1992년 캔자스시티 로얄즈에서 프로 데뷔한 후 2001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옮겼고 2002-2005년에는 보스턴에서 둥지를 트는 등 이미 3개 팀을 거친 전력이 있다.
또한 데이먼이 양키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보스턴의 간판타자 매니 라미레스는 데이먼에게 양키스 행을 권유했다고 한다. 라미레스는 현재 보스턴을 떠나겠다며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상태다.
메이저리그에서 매년 이 같은 일이 펼쳐지는 것은 트레이드가 그만큼 활성화 돼 있기 때문이다. 스타들이 돈을 따라 이동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팀들은 스타들을 사고 팔아 장사를 하는 속셈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덕분에 한국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큰 부자가 됐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한국팀으로 불렸던 LA 다저스는 FA가 된 박찬호를 붙잡지 않아 국내 팬들로부터 비난받았지만 결과만 놓고 볼 때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 됐다. 반면 비싼 값에 박찬호를 데려 간 텍사스 레인저스는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넘기는 밑지는 장사를 했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는 이번 겨울 FA 자격을 얻은 15명 중 1명만이 팀을 옮겼다. SK의 김민재가 한화로 옮겼을 뿐 삼성과 기아의 간판 급인 양준혁과 이종범은 제 자리에 눌러 앉았다.
최근 수년 간 FA들이 제 값을 하지 못하면서 이번 겨울 FA를 포함한 트레이드 시장은 잔뜩 위축돼 있다. 모든 팀들이 전력 보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을 두려워하며 트레이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가 재미를 추구하는 스포츠라면 트레이드 시장은 무조건 활성화돼야 한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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