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대화재와 관련, 과연 소방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스프링클러, 방화벽, 통풍덕트(구) 등 화재에 취약한 서문시장 2지구의 구조적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소방안전점검 과정에서 아무런 지적 사항이 없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OK, OK, OK."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 위험성에 따라 연간 1, 2회씩 안전점검 대상이었던 대구 시내 건축물들은 지난 해 5월 소방법 시행령 개정 이후 민간업체에 의한 자체점검으로 점검 방식이 바뀌었다.
하지만 서문시장 소방안전점검을 맡은 민간업체는 이제껏 단 한번도 구체적 문제점을 지적한 바 없다. 지난 해에는 3차례 점검 모두 무사 통과됐고, 올해 경우 하반기 작동기능점검에서 연기감지기, 유도등이 안켜진 것이 지적됐지만 자체보완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보고서가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의 특별 점검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대구소방본부는 지난 7월과 지난 달 두 차례에 걸쳐 서문시장 2지구에서 소방합동훈련을 벌였고, 올 추석엔 대구시내 22개 재래시장에 대한 특별점검까지 벌였지만 아무런 지적 사항이 없었다. 올 초 정부의 종합점검에서도 2지구의 소화기 분산배치만 문제삼았을 뿐 다른 특이사항은 전혀 없었다.
◆"소유주의 입맛에 맞춘 점검?"
소방 전문가들은 민간업체의 안전 점검이 건축물 소유주의 편의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정대로 안전 점검을 벌이면 막대한 개선 자금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소유주 입맛에 맞춰 점검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
실제 서문시장 2지구는 이번 대화재 이후 스프링클러, 방화벽, 통풍덕트에서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상인들은 민간업체의 안전 점검에도 불구, 단 한 차례의 스프링클러 작동 시험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화벽, 방화문을 설치해야 하는 방화구역에서도 원단 등 시장 물품이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민간업체의 안전점검에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낡은 통풍구 또한 점검 사항에서 비켜 갔다. 지하에서 서문시장 2지구로 올라오는 수많은 통풍덕트는 마치 미로처럼 얽히고 섥혀 옥상으로 연결되는 구조. 하지만 지은지 수십 년이 흐른 통풍덕트는 여기저기 틈이 벌어져 화재에 취약하고 외부 재질 또한 불에 쉽게 타는 함석판이라 원단과 원단으로 불이 옮겨 붙기 쉽다.
◆개선 방안은 없나.
민간업체의 안전 점검이 적절했는 지 여부를 '검증하는' 기능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업체가 해당 지역 소방서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면 해당 소방서는 문제가 지적된 특이사항에 대해서만 대구소방본부에 재보고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방본부는 소방서가 보고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7%의 표본에 대해서만 재점검을 실시한다. 설사 문제점이 지적된다 하더라도 재점검을 하는 표본 수가 너무 적어 재점검에서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대구시내 건물 중에서 '안 걸릴' 건물이 하나도 없다"며 "인원이 적고 재정이 빈약한 소방당국에 모든 화재 점검을 떠 맡기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제도 탓보다는 화재예방에 대한 안전 의식이 전무한 우리나라 상인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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