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은 지난 6월부터 매주 한 차례 경북 도내 '세상 밖 사람들' 시리즈를 연재해왔습니다. '바깥세상'과 동떨어진, 깊은 산 속 두메산골에 묻혀 신선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일상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전했습니다. 또 보도 이후 인기척이 사라졌던 마을에는 '세상밖 삶'을 체험하기 위한 도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산골 마을들은 도시민들의 휴식처와 요양처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매일신문은 을유년을 보내면서 '세상밖 사람들'을 다시 찾아 보도 이후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천 구성면 상거1리 저익촌 장수마을(6월 25일)="매일신문에 소개된 뒤 TV에도 나와 스타가 됐다니깐. 그런데 한 번 출연해보니까 너무 힘에 부쳐서 다른 방송사의 요청은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
마을 어르신들은 본지 보도 이후 한동안 너무 바빠 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했다고 즐거워했다. 다만 70세가 젊은이로 통하는 마을이지만 워낙 고령인 탓에 방송출연은 힘겨웠다.
요즘 마을 어르신들은 이웃을 오가며 두부, 배추전 등 맛난 음식을 해먹으며 오순도순 겨울을 지내고 있다. 곰방대를 물고 다니는 김진길(86) 할아버지는 29일에도 마을 뒷산에서 나무를 한 짐 해오는 등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고, 최고령인 김난규(94)·최차수(85) 씨 부부를 비롯해 김진용(90)·이기순(91) 씨 부부 등 모두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2년 전부터 서울을 오가며 귀농생활을 즐기는 김상한(55)·김동숙(51) 씨 부부는 지난 가을 첫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김씨 부부는 "고구마, 고추 등 손수 생산한 농산물을 서울의 지인들에게 나눠주니까 다들 너무 좋아했다"며 "농사일도 익숙해져 내년엔 한 달에 20일은 이 곳에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송군 부동면 내원마을(7월 9일)=전기 없는 곳으로 알려진 내원마을은 곧 사라질 위기다.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몰리면서 주왕산관리사무소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지난 9월부터 주왕산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주민 9가구 중 반장 김희걸(75) 씨를 포함해 6가구는 보상협의를 마쳐 이미 철거됐고 내원산방을 운영하는 이상해(46) 씨 등은 법정 투쟁을 선언하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주왕산관리사무소는 나머지 3가구에 대해 보상협의를 중단하고 강제철거를 위한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울릉도 죽도(7월 16일)=죽도에도 내년 1월부터 전기가 들어오게 됐다. 풍력발전기 10㎾ , 태양광발전시설 5㎾ 1식 등 15㎾ 발전용량의 복합발전시스템이 설치돼 섬 전체가 전깃불로 밝혀지게 된 것.
울릉도에서 4㎞ 떨어져 있는 이 섬은 울릉군이 내년부터 70억 원을 들여 '쪽빛 공간 위의 동양화, 생태테마관광 섬'으로 만들기로 해 겹경사를 맞았다. 주민 김유곤(37) 씨는 "전기가 들어오면 빗물을 식수로 바꾸는 시설도 설치하고 뉴스도 마음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죽도는 더 이상 외로운 섬이 아니다"라고 반가워했다.
◆봉화읍 유곡리 사그막골(7월 23일)=상투할배 안영국(85) 옹도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각 방송사의 문의 전화가 잇따랐으며 모 방송사에서는 '무공해 인물'로 1시간가량 방영하기도 했다.
◆군위 고로면 안용마을(8월 6일)=8월 말 전기가 들어와 마을이 생긴 이래 최대의 경사를 맞았다. 김태순(74) 할머니를 비롯한 주민들은 늦은 밤까지 마음 놓고 TV연속극을 보게 됐고, 고기와 생선도 냉장고에 넣어두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됐다. 김 할머니는 "전기가 들어와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있다"면서도 "고로면소재지로 가는 길이 비포장길인데다 좁아 확장이 됐으면 하는 게 새해의 바람"이라고 했다.
◆김천 증산면 황점리 속칭 원황점 마을(9월 24일)=주민들은 변함없는 신앙생활 속에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들어온 주민들이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된 이 곳의 변화라면 매주 미사를 공소에서 올렸지만 최근에는 셋째 일요일은 주민들이 지례본당을 찾아 미사를 본다는 것. 그동안 없었던 단체 나들이 덕분에 이웃간 정이 더 생겼다고 전했다.
올해를 보내며 주민들은 마을의 '귀염둥이'인 김동조(40·뇌성마비 장애 2급) 씨를 장가 보내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최근 혼사 얘기가 약간 오갔으나 성사되진 못했다고.
김정선(48)·이선화(45) 씨 부부는 "동조가 올해 꼭 장가를 갔으면 했는데 해를 넘겨 너무 아쉽다"며 "내년엔 꼭 결혼이 성사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상주 화남면 동관2리 절골(10월 1일)=강홍규(85) 할아버지는 "신문에 난 때문인지 60여 년을 이 곳에서 사는 동안 지난 몇 달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찾은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또 주민들은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모(56) 씨가 두 차례나 찾아와 "수행과 공부를 위해 정착하고 싶은데 마땅한 집이나 암자를 소개해 달라"고 하는 등 농촌에 정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문경 가은읍 갈전3리 중마마을(11월 12일)=이 마을 막내인 동갑내기 여운옥(72)·김수남(72·여) 씨 부부는 "요즘 장날 가은읍에 가면 많은 사람이 '신문에 사진과 기사가 크게 났더라'며 인사를 해 산골짝 사람이 갑자기 유명인이 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또 본지 보도 내용이 인천 모 신문사의 기사로 그대로 소개되면서 최근 1개월여 동안 인천과 서울에서 폐가와 농토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와 6가구 8명 주민이 전부인 이마을 사람들은 뜻밖의 손님 맞이에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사회 2부
사진: '세상 밖 사람들'보도 후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봉화읍 유곡리 사그막골 안영국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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