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which city do you want to visit?"
12월 29일 오전 9시 30분. 대구 용전초교(달서구 용산동) 교실에서는 아이들의 입국 심사가 한창이었다. 출석 체크를 대신해 매일 아침 원어민 강사들이 교무실 한편에 마련해둔 출입국심사장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캐나다, 영국, 미국이라고 쓰여 있는 책상 앞으로 가서 더듬거리는 영어로 자신이 방문하고자 하는 도시와 방문 목적, 얼마나 머물 것인지 등의 질문에 대답한 뒤 선생님으로부터 '비자' 도장을 받아야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박예림(6학년) 양은 "영어 캠프에 참가하는 것이 처음이라 쉽게 말문이 열리지 않았지만 벌써 사흘째 출입국 심사대를 통해 출석 확인을 받다 보니 이제는 외국에 나가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방학을 맞이했지만 대구 용전초교(달서구 용산동)는 여전히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지난달 27일부터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겨울 영어캠프가 개설된 것이다.
방학이 되면 다양한 영어 캠프가 개설되지만 일선 학교에서 영어 캠프를 주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모인식 교장은 "많은 학부모들이 영어 체험학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지만 비용이 비싸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렴한 비용으로 좀 더 알찬 수업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용전초교에서는 원어민 강사 3명과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 강사 3명 등 모두 6명의 강사를 초빙했다. 보조강사로 미군 부대 내에 있는 American school의 중·고교생 6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줬다.
용전초교 영어 캠프는 31일까지 닷새 동안 아침 9시부터 저녁까지 진행됐다. 이번 캠프를 위해 용전초교에서는 교사와 학교운영위원,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영어캠프 협의회'를 구성해 3개월 동안 준비해왔다.
영어 캠프 진행을 책임진 임영욱 수석 강사는 "내실 있는 수업을 위해 동국대와 경북대 어학당 등 기존 영어캠프를 방문해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수업 교재를 제작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했다.
이번 캠프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실제 외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 이를 위해 출입국 심사장은 물론이고 약국과 은행, 슈퍼마켓, 우체국 등의 공간을 연출하고 이곳에서 사용되는 달러화와 예금인출서, 알약 등의 소품들도 직접 만들었다. 또 요리 시간과 팝송 배우기, 영어로 태권도 배우기, 도자기 공예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함께 마련했다.
캠프 준비에는 특히 학부모들의 도움이 컸다. 영어캠프 협의회 소속 학부모들은 밤새워 지폐를 복사하고 동전을 오리고 요리 수업에 사용할 부식 재료를 준비하는 등 열성을 보여줬으며, 자원봉사 보조강사들의 홈스테이까지 책임졌다. 모 교장은 "학부모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없었다면 영어 캠프를 개최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용전초교는 앞으로도 방학마다 영어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다. 올해는 처음이라 80여 명의 학생에게만 참가 기회를 줬지만 내년 여름 방학에는 규모도 더 늘리고 학교 운동장에다 텐트를 치고 합숙을 하며 캠프파이어 등 야간 활동을 더해 좀 더 알찬 캠프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단단히 할 계획이다.
모 교장은 "영어를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직접 써 볼 기회가 없다면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며 "비싼 돈 들여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캠프가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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