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먼 산에는 아직도 눈이 잔뜩 쌓여 있구나. 오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그동안 약혼자가 돌아오기를 눈 속에서 오십 년이나 기다린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란다.
스위스의 어느 깊은 산골 마을에 안나라는 아가씨가 살고 있었지. 안나는 그 마을에 있는 한스라는 청년을 좋아하게 되어 결혼을 약속하였단다. 한스는 결혼 비용을 마련하려고 부지런히 일을 하였지.
눈이 많이 내린 그 해 겨울, 한스는 돈을 벌기 위해 이웃마을로 양을 몰아주는 일을 하러나갔대. 안나는 눈이 올 듯하니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한스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하여 기꺼이 이웃 마을로 떠났지.
안나는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한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였고…. 그런데 이틀이 지나도 사흘이 지나도 한스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어.
걱정이 된 안나는 이웃 사람에게 부탁하여 한스의 소식을 알아보게 하였어. 이웃 마을에 가 보았더니 한스는 양을 몰아준 그날 저녁 바로 돌아갔다는 것이었어. 마을 사람들이 눈 속이라 붙잡았지만 안나가 기다린다며 품삯으로 결혼 반지를 사가지고는 기어이 떠나더라는 것이었어.
'그렇다면? 아, 그럴 리 없어. 한스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그때부터 안나는 날마다 한스가 돌아와야 할 길목을 지키기 시작했어.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났어. 그래도 안나는 그만 두지 않았지.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났어. 그래도 안나의 기다림은 계속되었어.
마을 사람들이 말했지.
"믿고 싶지는 않지만 한스는 눈 속에서 숨을 거둔 지 오래되었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오래 돌아오지 않을 수 있나? 그동안 우리가 온 산과 근처의 마을이라는 마을은 다 뒤졌지만 한스는 보이지 않았네. 이제 한스는 잊어버리고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게."
그러나 안나는 고개를 저었어.
"한스는 꼭 돌아올 거에요. 저는 죽을 때까지라도 한스를 기다리겠어요."
"쯧쯧!"
사람들은 혀를 찼지만 안나의 기다림은 그 뒤에도 계속 되었어. 삼십 년이 지나고 사십 년이 지났어. 이제는 안나도 할머니가 다 되었어. 그래도 안나는 한스를 기다렸지. 마침내 오십 년이 되는 해 봄의 일이었어. 마을 앞 개울에 물이 콸콸 흐르기 시작했어. 봄이 되자 눈이 녹아 개울로 흘러든 것이지.
'아니, 저건!'
안나는 개울로 떠내려 오는 검은 물체를 보았어. 안나는 그것이 한스라는 것을 금방 알아채었어. 자신이 뜨개질한 목도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지.
"오, 한스! 한스!"
안나는 차가운 줄도 모르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 한스를 끌어내었어. 한스의 손에는 안나에게 줄 결혼 반지가 꼭 쥐어져 있었어. 안나가 한스를 끌어안자 굳게 쥐었던 주먹을 비로소 스르르 펴는 것이었어.
"한스, 제발 눈을 좀 떠 봐요. 나를 좀 보아요."
아무리 흔들어도 한스는 끝내 눈을 뜨지 못했어.
안나는 할머니가 다 되었는데 한스는 여전히 열아홉 청년이었어.
그래도 한스는 안나에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단다. 오십여 년 만에…….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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