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이 사회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은 중·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조차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에 과열된 대학입시 열기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처절한 생존 경쟁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입학 정원이 수험생보다 많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과가 속출하고 문을 닫는 대학도 나타나리란 예상은 과열 대학입시의 씁쓸한 이면이기도 하다. 아무리 대학 진학이 쉬워져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는 문은 좁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이지만 고교생들은 분주하다. 고3이 되는 예비 수험생들은 물론이고 2008 입시제도 변화의 첫 대상자가 되는 예비 고2도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학교와 가정이 덩달아 바쁘게 돌아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새해 벽두 대학입시와 관련해 갖가지 고민에 휩싸여 있을 고교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 : 김호원(대구 경신고 교장),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대입담당 장학사), 윤일현(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사회·정리 :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사회 : 바쁜 와중에도 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함께 해 주신 세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지난 연말 쏟아진 2006학년도 입시와 2008학년도 새 입시제도 관련 정보들 속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을 2007·2008학년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마련됐습니다. 먼저 2006학년도 대구 수험생들의 성적부터 알아보고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 박 장학사님 지역 수험생들의 성적이 타 시·도와 비교해 상당히 좋은 편이지요?
박정곤 : 고맙습니다. 우선 열심히 노력해 준 지역 수험생들, 헌신적인 지도와 지원을 해 주신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06학년도 수능에서 대구는 수험생 점유율이 5.6%밖에 안 되지만 전 영역에서 1등급 점유율이 평균 7%나 됐고 언어, 수리, 외국어 각 영역에서 3등급 이상 받은 학생도 6.9%에 달합니다. 그만큼 수능 고득점자가 많다는 의미지요. 그 밖에 전년도에 대비해 수시모집 지원자가 140% 늘고 합격자 수도 129%나 증가해 우리 지역이 수시에 약하다는 주장을 불식시켰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정시 모집 결과도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 : 김 교장선생님, 진학지도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 줄 아는데 과거와 비교할 때 요즘 대학입시의 달라진 측면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김호원 : 학교의 진학지도나 상담 역할이 예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대학 입학과 관련된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 대구진학지도협의회와 여러 입시기관들의 배치기준표 역시 개인적으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상담 전에 수험생 각자가 지원할 대학, 학과를 충분히 검토해 옵니다. 인터넷 접수가 일반화하면서 학교의 역할도 상담이나 최종 확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시 요강이 엄청나게 복잡해진 요즘에는 자신에게 가장 적절하고 유리한 대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위권 학생들의 의약계열 집중, 합격률의 상대적 저하 등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를 예를 들면 자연계 상위 학생들은 대부분 의예과를 지원하고 있어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공계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회 : 윤 선생님, 가장 치열한 현장에 계시면서 2006학년도 입시를 지켜본 소감은 어떠신가요?
윤일현 : 최근 수험생들의 지원 성향을 분석해 보면 철저하게 실리와 장래성을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대학 안에서도 인기, 비인기 학과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요즈음 대학에 못 가서 재수를 하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서울대 공대를 휴학하고 교대를 가기 위해 다시 학원을 찾는 학생도 있습니다.
입학 상담을 위해 학교나 학원을 찾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중에는 자신이 지원할 대학과 학과에 대해 담임선생님이나 상담자보다 더 많이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시전문기관들은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학별 전문 상담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한두 대학만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것입니다. 각종 업무에 쫓기는 학교에 비해 한결 나은 형편이지요. 대학마다 전형 요강이 다 다르고 복잡할수록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사회 : 2006학년도 수능시험의 경우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영역별 난이도 차이와 표준점수제로 인한 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볼 때 2007학년도 이후 수능시험을 어떻게 예상해야 할까요?
윤 : 2007학년도 이후 수능시험에서도 영역별 난이도 차이와 표준점수로 인한 유·불리 문제는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험생들로서는 어느 영역이 어렵게 출제되고 어느 영역의 표준점수가 높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언어와 수리, 외국어는 수리 가형과 나형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영역 간 유·불리를 따질 필요 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지난 2년 동안의 출제와 마찬가지로 과목 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사회문화가 쉬우리라고 대부분이 예상했는데 2년 모두 빗나간 사례에서 보듯 내년에도 어느 과목이 유리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과목을 선택해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표준점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자체 변환점수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와 달리 2008학년도에는 수능이 등급화하기 때문에 출제에서 적절한 변별력을 상실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2005학년도 국사나 2006학년도 물리처럼 한 문제만 틀려도 3등급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역시 예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수험생들로서는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난이도 추이, 응시집단 규모와 수준 등을 잘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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